IPTV 수준의 고화질과 콘텐츠를 제공하면서도 케이블TV급 저렴한 요금으로 TV 시청이 가능한 '기술중립성' 상품이 사업자 간 갈등으로 시작부터 발목이 잡혔다.
2022년 12월 방송법 개정으로 유료방송사업자가 신고만으로 전송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중립성 서비스 제공 근거가 마련됐다. 기술중립성을 통해 케이블 사업자가 저렴한 요금의 IPTV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IPTV 수준의 서비스들에 덧붙여 저렴한 요금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케이블TV 고객에게 안성맞춤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헬로비전이 네트워크 구축 및 셋탑 개발 등 수백억 원을 투자해 준비한 기술중립성 상품 출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CJ ENM이 콘텐츠 대가 인상을 전제로 기술중립성 상품 출시에 협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CJ ENM은 2024년 계약 체결이 안되어있는 상황이므로 신규 서비스 출시를 위해 2024년 계약부터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LG헬로비전은 기술중립성 상품을 신규 런칭하기로 하고 기존 상품에 송출 중인 모든 방송채널방송사업자(PP)를 대상으로 약관 변경 신고에 대한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CJ ENM이 2024년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을 먼저 해야 기술중립 상품 출시에 협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CJ ENM 허락을 받아와야 LG헬로비전의 약관 변경 신고를 해준다는 방침이다. LG헬로비전 이용약관 변경신고에 대해 기술중립성 상품에 편성하는 모든 PP의 동의를 받을 것을 전제로 약관 신고 수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CJ ENM 동의 없이 신고를 수리할 경우, CJ ENM이 이를 문제 삼아 송출 중단을 강행할 경우 이용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약관신고 지침상 PP에게 '동의권'을 부여하는 문구가 존재하지 않다. 현재 약관신고 지침 및 방송법 시행령 해석상 모든 PP의 동의를 약관신고 수리의 필수적 요건으로 볼 수 없는 셈이다. 과기정통부는 근거없이 PP에게 '동의권'이 존재함을 전제로 변경수리 요건을 강화했다.
과기정통부는 기술중립성 도입 당시 '유료방송사업자에 전송방식 선택 자율성을 허용함으로써 사업자간 경쟁촉진, 이용자 편익제고'를 하겠다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약관 변경신고 수리요건을 강화해 실제로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기술중립성 상품을 출시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SO 업계 관계자는 “SO가 기술중립 상품 출시 시 모든 PP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약관 수리가 가능하다면, 매번 신규 상품 출시를 이유로 모든 채널에 대해 새롭게 대가 협상을 해야 한다”며 “기술중립성 서비스는 '전송 방식'에서의 차이일 뿐 시청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으로, 사업자 간 갈등이 시청자 이익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