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금기어가 된 카르텔

윤석열 대통령이 신설한 과학기술수석실 행보가 새롭다. 대통령 참모로는 드물게 수석이 주요 신문 인터뷰에 나서고, 새롭게 부임한 비서관 등은 세종특별자치시까지 내려가 부처 출입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기존 참모들과는 달리 언론과의 스킨십을 넓혀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언론과 더 자주 소통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이는 윤 대통령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논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을 과학기술강국의 반열로 올리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R&D 예산 구조조정을 주문하면서 '카르텔'이라른 단어를 꺼냈다. R&D 뿐이 아니다. 그간 노조, 금융, 통신 등 국민 삶을 옥죄고 집단 이익만을 좇는 구태를 바로잡겠다며 '카르텔'과의 전면전을 선포했고 일부는 국민 지지를 받기도 했다. 최근 의료개혁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지지율(국정수행 긍정평가) 상승의 주요 이유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과학기술수석실 내부에선 '카르텔'이라는 단어가 '3대 금기어' 중 하나가 됐다고 한다. R&D 예산 삭감 논란이 그만큼 뼈아팠다는 방증이다. 담당 부처 차관 3명이 모두 교체됐고 윤 대통령은 행사 때마다 곤욕을 겪는다. 이와중에 과잉경호 논란도 따라붙었다.

윤 대통령은 과학기술계 현장, 언론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수석 한 자리와 비서관 세 자리를 신설했다. 과학기술 한 분야에 1수석, 4비서관이 투입되는 만큼, 과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윤 대통령이 결단했다. 윤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R&D 예산 증액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도 일상이 됐다.

'나눠먹기식 R&D'와 'R&D 카르텔'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도 여전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R&D 예산 삭감이 잘못된 정책이었다고 판단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여전히 구조조정이 필요한 분야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반발을 의식해 '카르텔' 언급을 금기시하며 실제 카르텔을 뿌리 뽑을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안영국기자
안영국기자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