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우크라, 백기 들고 협상해야”…젤렌스키 “2500km 멀리서 '허상 중재' 하네”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에 '백기'를 들고 러시아와 협상하라고 촉구하자 우크라이나측이 강하게 반발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 “2500km 떨어진 곳에서, 살고자 하는 이들과 파괴하려는 이들 사이에서의 '허상의 중재'일 뿐”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은 겨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바티칸에서 스위스 공영 방송 RSI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상황을 보며 국민을 생각하고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오는 20일 방송 예정이었으며, 이 같은 발언은 사전 공개된 영상에 등장했다.

교황은 인터뷰에서 “협상이라는 말은 용감한 말”이라며 “패배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을 볼 때 협상할 용기를 갖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있는지 되묻고는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중재자 역할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튀르키예(터키)가 그 예다.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협상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또한 “협상은 결코 항복이 아니다. 국가를 '자살'로 몰지 않는 것은 용기”라고도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백기', '패배' 등 단어를 쓰며 협상을 언급하는 교황의 발언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수세를 인정하고 사실상 항복하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국가에서도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우리의 국기는 노란색과 파란색이다. 우리가 살고, 죽고, 통치하는 땅의 깃발이다. 우리는 절대 다른 깃발을 들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교황 비오 12세가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을 비판하지 않았던 일을 언급하며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라덱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엑스에 “균형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철수할 용기를 갖도록 촉구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되물었다.

논란이 커지자 교황청 대변인 마테오 브루니는 “교황은 인터뷰 진행자가 언급한 '적대 행위의 중단, 용기 있는 협상으로 도달한 휴전을 말하기 위해 '백기'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라며 “협상은 결코 항복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