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대형 바이오 국책과제가 연이어 사업단장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연봉 2억원 이상을 보장하는 자리지만, 산업계 부담과 정부의 높은 눈높이까지 더해진 탓에 구인난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 사업단장 재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당초 이달 중 사업단장을 선임하고, 내달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었지만 재공모로 인해 약 한 달 늦춰지게 됐다.
이 사업은 100만명 규모 한국형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 바이오헬스 혁신과 국민건강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5년간 6065억원을 투입하는 대형 국책 과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사업을 총괄하는 사업단장 공모에 착수, 늦어도 이달 초 임명할 예정이었다. 약 한 달간 진행된 공모에서 병원, 학계, 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가 5~6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사업단장 선정 평가결과 '적격자 없음' 판단을 내렸다.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지만 바이오 생태계 전반을 이해하고 사업을 이끌어 가는데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다른 대형 정부 연구개발(R&D) 과제인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 역시 재공모 과정을 거쳐 간신히 사업단장을 임명했다. 이 사업은 국내 최초로 연합학습 기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신약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으로 5년간 348억원을 투입한다.
지난해 12월 사업단장 공모에 착수해 지난 1월까지 지원 접수를 받았지만 1명밖에 지원하지 않았다. 이에 약 열흘간 재공모에 들어갔지만 지원자가 늘지 않아 결국 단일 인사에 대한 평가 후 최종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바이오 분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정부 과제로 꼽히는 두 사업이 연이어 사업단장 구인난에 빠진 것은 업무 복잡성과 정부 눈높이 등이 동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두 사업의 사업단장은 모두 연봉 2억원 이상을 보장받는 데다 대형 국가 바이오 프로젝트 총괄 이력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범부처 통합 프로젝트인 만큼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아 기대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 분야 정부 과제가 복수 부처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제 기획이나 예산 집행 등 사업 전반에 부처 성향을 고려해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다”면서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등 복수 부처 추진 사업이 빈번하게 사업단장 재공모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대형 연구개발(R&D) 과제일수록 사업단장 선임과 과제 기획, 성과 관리 등 평가과정이 까다로운 만큼 정부 눈높이가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최근 바이오 과제들이 다양한 기술과 산업 영역 등을 아우르는 프로젝트로 기획돼 더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점도 사업단장 구인난 배경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은 특정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지원했지만 바이오산업과 IT 등을 아우르는 역량은 부족하다고 판단해 사업단장 재공모를 진행한다”면서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도 국내 최초로 연합학습 기술을 신약개발에 접목하는 만큼 지원자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