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은 무선국 관리에서 출발해 미디어콘텐츠, 정보통신기술(ICT) 기금 관리, 자격검정 등 ICT전문기관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제 인공지능(AI)과 6G, 가상미디어 등 디지털 산업 전반의 혁신을 지원하는 디지털 ICT 전문기관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이상훈 KCA 원장은 취임 4개월을 맞이해 전자신문과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KCA의 역할을 디지털심화시대에 발맞춰 한층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원장을 표현하는 단어는 '현장'과 '경청' '추진력'이다. 그에 대해서는 2009년 옛 방송통신위원회 공보팀장 시절부터 기자들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경청하며, 옛 정보통신부 해체 후 격동기였던 방통위의 소통창구 역할을 원만하게 한 것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KCA 원장 취임 이후 조직의 역할과 미래를 차분하게 고민하면서도 △AI·미디어TF △데이터 TF △기후변화대응TF를 구성해 미래 변화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5G 무선국 검사 현장, CBT 자격검정현장을 직접 챙기고, TF에도 현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을 최소 10여개 이상 만나라며 독려했다.
이 원장은 디지털혁신 지원 기관으로서 KCA의 역할을 확장하기 위해 디지털 인재 양성 교육에도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원장은 “3년 후 KCA는 디지털ICT전문기관으로서 정책 집행, 지원 능력은 물론, 연구 역량까지 갖춘 하이브리드 기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KCA 원장으로 취임한 지 4개월이 지났다. 취임후 소회는.
▲KCA는 역사가 오래된 기관이다. 1972년 한국무선종사자협회로 출범해 한국무선국관리사업단을 거쳐 전파전문기관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기관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방송·통신·전파 진흥과 기금관리, ICT기술자격 인력 양성을 위한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는 '디지털 ICT 전문기관'으로 한단계 도약하려고 한다. 디지털 시대 KCA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디지털 경제·사회 발전이라는 정부 정책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효율적 사업 추진을 돕겠다. 디지털 분야 경제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게 목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외부 변화를 정확히 읽는 역량과 우리 스스로 변신하는 역량이다. 다행히 KCA는 다양한 분야 업무를 맡다보니 변화에 익숙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관이다. 본부간 소통이 원할하고 인사 교류도 잘되고 있다.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임에도 서로 사업을 잘 이해하고 지원하는 문화가 조성돼있다. 본부별 예산 벌충에도 협조적이다. 서로 간 소통과 협력의 문화를 지속 확대해 나가면 디지털 성장을 위한 모든 부분에서 새로운 일을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ICT 전문기관으로 나아가기 위한 복안은 무엇인가.
▲디지털 시대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 인재다. 조직 구성원의 디지털 역량이 갖춰져야 새로운 기술·서비스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신기술이 가져올 파급효과에 대해 고민하고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새롭게 기획해 올해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수하는 단발성 교육이 아닌 중장기 관점에서 조직과 직원의 성장을 위한 커리큘럼으로 준비 중이다. 특히 리더부터 앞장서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팀장급 이상 간부 대상 교육을 집중적으로 늘리겠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도심항공교통(UAM) 등 새로운 기술분야에 관심 있는 젊은 직원도 많다. 당장 업무와 관련 없더라도 미래를 앞서 준비하려는 직원들에게는 공부 기회를 적극적으로 부여하려 한다. 심층적 지식 습득을 위해 선행연구 논문을 찾아 보는 것도 독려하고 있다. 기관 차원에서 논문 검색 통합 플랫폼도 구독해 전 직원이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준정부기관이다보니 보안 측면에서 생성AI를 당장 업무에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사회 각 분야에 불러오는 변화를 적극 관찰하고 분석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최근 챗GPT 전문강사를 초빙해 사내 교육도 진행했다.
-최근 미디어·콘텐츠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는 KCA 사업 전략은 무엇인가.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 중소 제작사를 위한 버추얼 프로덕션(VP) 스튜디오 구축을 기획하고 있다. 민간에서 운영 중인 스튜디오와 역할이 중복되지 않고 차별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전국에 있는 민간 VP 스튜디오를 전부 찾아 현장 목소리를 청취했다. 공공성에 입각한 공익 콘텐츠 제작 지원을 위한 스튜디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예산을 신청하려 한다. 구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활용까지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하겠다. 특히 최근 영상제작 생성AI '소라' 등장으로 미디어 콘텐츠 산업에 격변이 예상된다. 이런 기술 변화까지 고려해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미디어 생태계 지원을 위해 올해 초 내부에 AI 미디어 콘텐츠 태스크포스(TF)도 신설했다.
-디지털 기기 증가로 전자파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KCA는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나.
▲전자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2007년부터 전자파 측정과 컨설팅 업무를 수행 중이다. 최첨단 통신 서비스와 장비가 증가하면서 전자파는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잡았다. 그러다보니 근원적 불안감이 있을 수도 있다. 현장을 직접 찾아가 설명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 교육시설, 인구 밀집 다중이용시설, 산업시설 등에 대한 전자파 안전진단을 강화하고 있다. 또 국민 누구나 쉽게 직접 전자파 세기를 확인할 수 있도록 측정 장비를 대여하는 등 국민 전자파 우려 해소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5G 특화망(이음5G) 구축을 지원하고 있는데. 성과를 소개하자면.
▲이음5G는 국내 산업 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필수 인프라다. KCA는 이음5G의 전국 확산과 생태계 활성화 지원을 위해 2021년 이음5G 지원센터를 개소했다. 147개 기업과 기관 대상으로 컨설팅을 600회 이상 수행했다. 지난해 1월에는 이음5G 지원포털도 개설해 관련 정보와 주파수 분석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현재 30개 기업과 기관이 55개 사이트에 이음5G를 구축했으며 지속 확대되는 추세다.
-디지털 심화시대 전파 자원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주파수정책 지원기관으로서 6G 주파주 정책 지원 방향은 무엇인가.
▲6G 기술개발 및 표준화 일정이 가시화됨에 따라 주요국을 중심으로 6G 시장선점을 위한 기술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KCA는 대외적으로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직접 참여해 6G 주파수 대역에 대한 글로벌 논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6G 표준화 동향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미래산업 선도를 위해 산업·기술 특성 및 국제표준을 고려한 주파수를 적기 발굴해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KCA는 정부의 신규 주파수 계획인 대한민국 디지털 스펙트럼 플랜 수립을 지원했으며, 향후 실행에 있어서도 과기정통부와 함께 주도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전파측정 기술도 고도화하고 있다. 연결 기반의 4G 계측과 달리 5G는 온에어 기반의 무선국 검사가 필요하다. 5G에 사용되는 주파수 대역은 기지국을 높은 곳에 설치하는 경우도 많다. 전파 측정시 계측기를 직접 연결하는데 산간에 설치된 기지국은 측정하기 어렵다. 이에 무선으로 측정하는 OTA(Over-The-Air) 검사기술 등을 자체 개발하고 국내외 표준화도 추진 중이다.
-사회·경제 전반의 디지털 전환 기반으로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KCA 역할은 무엇인가.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 실현을 위해서는 데이터가 정말 중요하다. 정부 정책 결정에 필요로 하는 정보를 신속·정확하게 제공하고. 정책을 기획하는데 도움되는 데이터를 지원하는게 우리의 역할이다. 산업 간 융합·확산과 디지털 신기술 발전에 따라 다양한 데이터에 대한 요구가 커진다. KCA는 전파·방송·기금·기술자격 등 다양한 분야 사업 수행을 통해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최첨단 ICT와 접목해 고부가가치 신사업 발굴 등을 위한 데이터 전담 TF도 올해 발족했다. 실질적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 표준적용 등 데이터 재정비를 통해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수요자 중심의 다양한 데이터 활용 서비스 모델을 발굴·제공할 계획이다.
-국내 유일의 ICT기금 관리기관으로서 KCA 역할과 앞으로의 운영 방향은 무엇인가.
▲KCA는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을 관리하고 있다. ICT기금은 방송통신과 정보통신 분야 기술개발 및 산업 활성화, 연구기반조성, 해외진출 지원 등 ICT 산업기반 강화를 위한 핵심 재원이다. 안정적이면서도 적정 수익률 달성에 초점을 두고 기금을 운용하려 한다. 이를 위해 ICT기금을 전략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자동화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 기반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IT기금 관리시스템 업그레이드 버전을 연내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국가자격검정의 CBT(computer based test) 전면 전환을 앞두고 있는데. 자격검정사업 디지털화 추가 계획은.
▲올해는 KCA 국가자격검정 CBT 전면 전환 원년이다. 이번 달 정기 필기검정을 시작으로 자격검정의 디지털화를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정보통신기사를 포함해 25종 필기시험 전부 CBT로 바꾸고 있다. 우선 올해는 국가자격 필기 CBT검정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고, 실기검정의 CBT 전환 준비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AI,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한 항공무선통신사 실기검정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필답형 실기검정도 CBT 전환을 검토 중이다.
-올해 KCA가 관심 갖는 분야가 있다면.
▲디지털통신융합본부 산하에 비상설조직으로 기후변화대응 TF를 꾸렸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그린, 넷제로 디지털 등 ICT 분야에서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노력이 강조되고 있다. ICT가 탄소 중립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이 상당히 크다고 본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2월 녹생성장위원회에 올린 디지털 그린 정책 추진방향에 대한 보고서 안건이 통과됐다. KCA도 ITU 기후변화 관련 표준화기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저탄소 중심의 국내 산업구조 변화로 미래를 대비하는 데이터 활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KCA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 대응 및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탄소감축 방안 등 전파통신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신규 사업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는 등 가치창출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
-본인만의 공직생활 지론이 있다면.
▲상대방에 대한 경청과 질문이 중요하다. 조직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경청을 해야 한다. 리더가 무언가 하자고 했을때 제대로 작동될 지 알 수 있고 동기부여도 심어줄 수 있다. 직원이 보고를 들어와도 경청한 후 질문한다.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부담 가질 필요도 없다. 같이 고민하고 집단지성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3년 후 어떤 KCA가 돼 있으면 좋겠나.
▲KCA는 연구기관은 아니지만 실제 사업을 추진하고 관리하는 기관이다. 상당한 학습 능력을 가진 기관으로서 이제 연구도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기관이 됐으면 하는게 나의 바람이다. 전문 연구기관과 비교는 어렵겠지만 KCA에서 내는 다양한 보고서에 대해 학계·산업계 등 외부에서는 통찰력 있고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다고 평가한다. 또 개인은 물론 조직 전체가 디지털 혁신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 성장과 디지털 사회 발전을 지원하고 항상 앞장서는 기관으로 자리잡는 게 리더십 비전이다.
○이상훈 KCA 원장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에서 정치학 석사, 서강대 경제대학원에서 정보기술경제학 석사를 취득했다. 대통령실 행정관을 거쳐 옛 정보통신부 국제협력관실, 옛 방통위 그린IT팀장, 정보보호팀장, 공보팀장, 옛 미래창조과학부 다자협력담당관, 과기정통부 정보보호기획과장, 우정사업정보센터장, 중앙전파관리소장을 역임하고, 지난해 11월 제8대 KCA 원장에 취임했다. 27년간 전파·방송·정보화·정보보호 분야 정책 수립과 실행을 위해 노력한 전문가다. ITU, OECD 등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한국의 ICT 정책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했다.
공동기획: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김민수 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