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정부 산하기관 한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을 가정해 산업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의 첫 대통령 임기(2017~2021년)에 값진(?) 경험을 했다. 당시 트럼프는 자국의 무역적자를 이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해 개정안을 관철했다. 50억달러에 이르는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는 등 산업을 넘어 국방에서도 한국을 압박했다.
최근 미국 USA투데이와 서포크대가 오는 11월 치러지는 자국 대선 관련 여론을 조사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40% 지지율을 기록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38%)을 오차범위(±3.1%P) 내에서 앞섰다.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지난 2020년에 이어 또 한 번 정면 대결하게 된 바이든·트럼프는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박빙 대결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열세를 보인 바이든 대통령이 서서히 지지율을 끌어올린 결과다. 하지만 아직 트럼프 후보가 근소하게 앞섰다.
일본 미쓰이물산전략연구소는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하면 △관세 인상 △대중 투자 규제 등 자국 산업 육성 기조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봤다. 트럼프 지지층 절반 이상이 현 정부가 중점 추진한 반도체 내재화 등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반도체 수출 비중이 20%를 웃도는 우리나라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 8개월이나 남은 미 대선 향방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자국 최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가 정권을 잡는다면 미국은 물론 한국의 산업 생태계 격변이 불가피하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함께 '트럼프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묘안을 찾아 대비해야 할 때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