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번 주말 예상됐던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의 한국 송환이 몬테네그로 검찰에 발목을 잡혔다.
21일(현지시간) 영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은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포드고리차 항소법원과 고등법원의 판단에 절차적인 오류가 있었다”며 권씨의 한국 송환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대검찰청은 “법원은 법률에 반해 정규 절차가 아닌 약식으로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했다”며 “법원은 권한을 넘어서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인 범죄인 인도국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항소법원이 항소심에서 대검찰청 검사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이 같은 점을 들어 대검찰청은 “대법원에서 적법성 여부를 판단해 법원의 결정을 변경하는 판결을 내려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위조 여권으로 인한 형기가 만료되는 23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권도형의 송환 일정이 불확실 해졌다.
현지 매체들은 몬테네그로 정부가 그간 권씨의 미국행을 노골적으로 희망해온 만큼 이번 시도를 통해 법원의 결정을 뒤집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블룸버그는 “결과에 따라서 몬테네그로 정부 당국이 선호한 대로 권도형을 미국으로 인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봤다.
만약 대법원이 이번 이의 제기에서 대검찰청의 손을 들어준다면 권 씨에 대한 인도국 결정 권한은 법무부 장관이 갖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이 앞서 '정치적 결정'이라며 미국행을 적극 주장해 온 만큼 미국행에 무게추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으로 최종 송환되더라도 권 씨의 재판이 한국에서 열리는 것이 확정되는 건 아니다. 블룸버그는 한국 정부가 권씨의 재판이 뉴욕에서 먼저 진행될 수 있도록 미국과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한편, 권씨는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50조원가량의 피해를 안긴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테라·루나 코인이 폭락하기 직전인 지난 2022년 4월, 측근인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잠적했다가 2023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 혐의로 체포됐다.
그를 두고 한국과 미국 모두 몬테네그로 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면서 그가 어디서 재판을 받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여론은 최대 징역 100년 이상도 가능한 미국행을 주장하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
서희원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