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좌우할 '키맨'으로 꼽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23일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 형제의 손을 들며 임종윤 사장 측이 새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을 공개 지지했다.
신 회장은 이날 임종윤 사장 측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새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를 빠르게 안정시키고 기업의 장기적 발전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후속 방안을 지속 모색하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과 30여년 전부터 알던 사이로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하고 있다.
통합을 추진하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전략기획실장이 지분 21.86%를,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가 20.47% 지분을 가진 상황에서 신 회장이 장·차남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28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은 막판까지 국민연금(7.66% 지분)을 비롯해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의 표심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신 회장은 한미와 OCI의 통합 추진에 대해 “한미약품그룹 비즈니스와 연관성이 낮은 기업과의 경영권 거래”라며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기보다 해당 대주주들의 개인적인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일부 대주주가 다른 대주주들 혹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에게 회사 주요 경영과 관련한 사안을 일절 알리지 않고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지배구조 및 경영권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거래를 했다”며 이번 통합 과정에서 임종윤 사장 형제와 자신 등이 논의에서 배제된 것과 임성기 회장 사망으로 인한 상속세 해결이 통합의 주된 이유가 됐음을 문제 삼았다.
그는 “고 임성기 회장의 뜻에 따라 설립된 재단들이 일부 대주주들에 의해 개인 회사처럼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것 또한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송 회장 측이 가현문화재단(지분율 4.9%)과 임성기재단(지분율 3%)을 통합 찬성 의결 과정에 활용하는 데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통합 과정에 관여한 매각 자문사 라데팡스파트너스에 대해서도 “(현 경영진이) 소형 자문사 등을 기용해 회사 본업과 관련 없는 여러 형태의 노이즈를 몇 년째 발산하면서 회사 임직원들의 피로도 또한 매우 상승해 있다”고 비판했다.
신 회장은 “대주주들이 상속세와 주식담보대출 등 개인적인 사유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동안, 회사 경영에 대한 적시 투자활동이 지체되고 기업과 주주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됐다. 이 기간 회사의 연구개발이 지연되고 핵심 인력들이 회사를 떠났으며 그 결과 주가도 상당한 하락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가치가 더 이상 훼손되기 전에 이제라도 주요 주주로서 명확한 의사 표현을 통해 회사의 발전과 주주가치 회복 및 제고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임종윤 사장 측을 공개 지지하고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또 “궁극적으로는 이 중차대한 과정에서 대주주 일가 모두의 참여와 관계 정상화도 함께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신 회장의 지지에 대해 “더 없이 감사할 따름”이라면서도 주총 표결과 관련해서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한미사이언스는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하면서 신 회장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며 입장문을 내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룹 통합 결정에 상속세 재원 마련이 단초가 된 것은 맞다면서도 “매년 약 7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평택 바이오플랜트, 파트너사와 함께 글로벌 3상을 진행하던 신약이 여러 문제로 개발이 중단돼 국내 신약으로만 한정해 개발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 파트너사의 경영 조건에 의해 후보물질이 반환됐던 경험 등과 같은 한계를 뚫고 나아가야만 '글로벌 한미'라는 비전에 도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미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 제약·바이오를 모르는 회사에 한미를 넘길 수 있느냐' 등 주주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감정적 호소와 한미의 미래는 분리돼야 한다. 글로벌 한미, 제약강국을 위한 길을 위해서는 누구와도 손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통합 결정을 지지해 줄 것을 주주들에게 호소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