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성안테나 전문기업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가 '저궤도 위성용 평판(Phase Array)형 안테나'에 연구개발(R&D)역량을 집중한다. 세계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 개화에 따른 평판형 안테나 수요를 준비하고 시장 대응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평판형 안테나는 기존에 널리 알려진 접시형(파라볼릭) 안테나와 달리 납작한 형태 안테나다. 이동이 가능하고 가격이 저렴해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자들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업계에 따르면 평판형 안테나 세계 시장 규모는 2조~3조원에 달한다. 저궤도 위성통신이 각광받을 2030년에는 시장규모가 2~3배 이상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성을 밝지만 아직 이렇다 할 평판형 안테나 사업자가 있는 건 아니다. 현재까지 개발에 성공한 기업은 일론머스크의 스페이스X(스타링크)뿐이다. 기존 접시형 안테나는 자체적으로 움직이면서 위성 신호를 받아내는 반면, 평판형 안테나는 내부 반도체 칩들이 위성 신호를 추적해야 한다. 위성 신호를 온전하게 받아내는 게 기술력 척도로 꼽힌다.
인텔리안테크는 스타링크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평판 위성 안테나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생산하는 평판형 안테나(모델명 OW11FL 엔터프라이즈)는 가로 96㎝, 세로 50㎝, 높이 16㎝, 무게 16㎏에 불과하다. 다운로드 속도는 195Mbps, 업로드 속도는 32Mbps 정도다.
평판형 안테나 개발은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인텔리안테크 ADC(Advanced Development Center)가 맡았다. ADC 현장에서 만난 토니 쿠시아페스 인텔리안테크 ADC 상무는 “우리는 매우 강력한 안테나와 RF팀을 가지고 있다. 안테나 및 RF 엔지니어들은 매우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제품을 개발 중”이라며 “향후 더 많은 평판형 안테나 개발을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인텔리안테크 기술력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ATS(Automatic Test System)'가 대표 사례다. ATS는 평판형 안테나에 들어 있는 반도체들의 불량 여부를 5~10분 내로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공장 직원이 일일이 손으로 검수해야만 했는데, 패널 하나당 걸리는 시간만 2~3주에 달했다.
인텔리안테크 ADC 관계자는 “ATS가 얼마나 수월하게 되느냐에 따라 생산수율이 정해진다”면서 “다른 기업들은 ATS를 완전하게 개발하지 못했다. 그들이 개발한 단계는 대학원생들이 과제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ATS는 최근 한국 평택 제1 공장에 설치됐다. 평택 공장은 ATS를 활용해 월 1000대 이상의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회사는 연말까지 생산 가능량을 월 2000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인텔리안테크는 올해 R&D 투자 확대 기조도 유지한다. 이 회사는 매년 매출 10%이상을 R&D에 쏟고 있다. 규모 역시 2021년 202억원, 2022년 306억원, 2023년 564억원으로 늘고 있다. 연구 인력은 135명으로 전체 인력(400명)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평판형 안테나 개발 거점인 ADC 개발 인력은 전체 직원 69명 중 62명에 달한다. 토니 쿠시아페스 상무는 “올해는 매출 17.5%를 R&D로 투자할 계획”이라며 “우리는 계속 앞서가는 것을 좋아하고, 이를 위해 R&D에 투자하는걸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인텔리안테크는 올해 4월부터 유텔샛-원웹에 OW10FL를 공급할 예정이다. 하반기 내 OW10HL콤팩트 모델을 양산하고, 연말까지 평판형 맨-팩(Man-pack) 제품의 개발을 끝날 계획이다. 토니 쿠시아페스 상무는 “올해 말까지 (맨팩)프로토타입 개발을 끝내는 게 목표”라며 “내년 말 제품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메릴랜드(미국)=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