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비티가 확률형 아이템 때문에 고개를 숙였다.
장수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 유료 아이템 확률 정보 표시가 오랜 기간 잘못돼 있었음을 자진 시인하고 수정에 나섰다. 기존 표기 확률과 실제 확률간 차이가 최대 8배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자 차원에서 공정거래위원회 민원접수까지 이뤄진 가운데 확률형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제도가 본격 시행된 이후 첫 조사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2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운영진은 최근 판매 중인 유료 아이템에 대한 전수검사를 진행, 일부 아이템이 게임 내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발견했다. 수정 작업도 진행했다. 그라비티에 따르면 총 11종 아이템에서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2002년 정식 출시돼 20년 넘게 서비스를 지속하는 장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91개 지역에서 여전히 사랑받는 흥행작이다. 최근에는 중국 판호도 받았다.
확률이 변경된 아이템 가운데 '의상 인챈트 스톤상자32'에 포함된 △마이스터 스톤(걸칠것) △엘레멘탈 마스터 스톤(걸칠것) △리로드스톤(듀얼) △크리티컬 스톤(듀얼) 등 4종은 그동안 0.8%로 표기돼 왔던게 0.1%로 수정됐다. 이전까지는 확률 정보가 표시되지 않다 뒤늦게 추가된 아이템도 상당수다.
그라비티 측은 자체적으로 확률 공개 투명화를 위해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내용으로 고지 진행 과정에서 일부 아이템 확인이 미흡한 것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이후에는 기획 단계부터 고지 단계까지 동일한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라비티 관계자는 “보상범위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확인 중으로 최대한 빠른 조치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이용자분들께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앞서 '메이플스토리' 속 아이템 확률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은 넥슨코리아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16억원 처분을 받았다. 그라비티 역시 고강도 법적 제재 가능성이 불거진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이용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철우 게임전문 변호사는 “잘못된 확률 정보가 표기된 상태로 오랜 기간 유료 아이템을 판매해 온 사실에 비춰 조사가 이뤄지면 제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회사가 자발적으로 이를 시인한 만큼 적절한 소비자 보상이 이뤄지고 원만한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모니터링단과 신고 전담 창구를 운영 중이다. 대다수 국내 게임사가 시행령 기준에 맞춰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다만 일부 중국을 비롯한 해외 게임사는 여전히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게임이 등록된 모바일 앱마켓 사업자 협조를 통해 조치를 준비 중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확률형 게임 아이템 표시사항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일부 해외 게임사를 대상으로 게임위에서 시정요청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이후 시정권고와 시정명령에도 따르지 않을 시에는 플랫폼 사업자와 협력해 국내 앱마켓에서 게임을 내리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