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비대칭규제

비대칭규제. 우리나라 이동통신 역사와 함께 한 통신정책이다. 후발사업자를 배려해 선발사업자와 유의미한 경쟁을 시키는 기제였다. 이른바 유효경쟁 활성화다. LG유플러스는 이 같은 정책의 최대 수혜자다. 3위 사업자에서 2등 자리를 넘볼 정도로 성장했다.

각도를 좀 달리해 보자. 비대칭규제는 국내외 기업간에도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 입법이든, 의원 입법이든 비대칭적으로 적용된다. 도입 취지와 달리 한국 기업 발목은 잡고, 다국적 IT기업에는 날개를 달아준다.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결과론적으로 그렇게 됐다.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기업과 구글 넷플릭스 등 미국 기업에 적용되는 규제는 엄연히 차별적이다. 법인세는 물론 망 이용대가 등이 대표적이다.

김원석 통신미디어부 부국장
김원석 통신미디어부 부국장

인터넷은 평평하다. 디지털 세상은 국경이 없다. 하지만 규제에는 여전히 사실상 속지주의가 적용된다. 국내 기업인들은 하소연한다. 과연 디지털 세상이 평평한 지 되묻는다. 규제 적용 과정에서 토종 기업들은 가중(?)처벌이 이뤄지는 셈이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 결과는 어떤가.

우리나라 미디어 방송 시장은 순식간에 유튜브, 넷플릭스 천하가 됐다. 국내 동영상 시장은 유튜브가,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사실상 장악했다. 유튜브는 한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네이버, 카카오톡 이용 시간을 추월했다. 국내 방송시장은 사실상 OTT가 대세다. 문제는 OTT 시장을 사실상 외국계 기업이 장악했다. 넷플릭스 디즈니 유튜브 등이 주도한다. 웨이브는 존재감이 없고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권을 따내면서 그나마 버티고 있다. 음원 스트리밍 시장도 멜론이 1위 자리를 내줬다.

넷플릭스 역시 한국 영화산업은 물론 지상파 방송사 경영에 심각한 변수로 작용한다. IT강국 대한민국 수식어는 이러다가 사라질 판이다. 디지털 영토는 계속 잠식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행정부는 심각성을 모른다. 외국은 어떤가. 유럽연합은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애플과 구글을 견제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주한 미 대사관이나 미 상공회의소를 통해 한국에서 자국 기업 이익을 대변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2년을 뒤로 하고 방송 통신 정책을 내놓고 있다. 2인 체제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조직 자체는 정상화되는 분위기다. OTT 업체에 대한 사실조사도 진행중이다. 단통법 폐지와 함께 이통 3사와 단말 제조사 CEO를 소집하기도 했다. 공정위도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기업을 위해 비대칭규제가 펼쳐야 한다. 우리나라 디지털 영토를 잃어버릴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다. 디지털 주권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하나의 방법론을 제안한다. 규제영향평가제 도입이 그것이다. 각 업권 시장점유율 1위사업자, 규제사각 지대에 놓여 있는 다국적기업에 대한 실효적 규제를 할 수 없는 법안과 제도는 사전 영향평가를 해야 한다. 애플 구글 넷플릭스 등 다국적 기업에 대한 실효적 규제 효력이 없을 경우 폐기가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 기업만 비대칭규제 영향권에 놓인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2인3각으로 발을 묶고 경주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성공한 과학기술 정부가 되기를 희망한다.

김원석 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