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단에너지기업에 열병합발전 신증설 사업을 발전공기업과 공동으로 추진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로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국가 역점 사업의 에너지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우려가 크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집단·열병합발전 신증설 사업을 제한하기로 하고 발전공기업과 공동사업만 인정한다는 방침을 최근 업계에 전했다. 집단·열병합발전은 열, 전기를 동시에 생산해 각각 산업단지, 택지지구와 한국전력에 공급, 판매하는 사업으로 주 연료는 액화천연가스(LNG)다.
산업부는 현재 LNG 발전 설비 용량이 포화한 상황에서 신규 수요를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집단·열병합발전 업계가 계획한 신증설 사업 용량은 9·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3.3GW를 포함, 7.6GW 안팎이다.
산업부는 이를 발전공기업의 '석탄 화력의 LNG 발전' 전환 수요에 맞춰서만 추진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신증설 수요 가운데 전력 부문은 석탄화력발전 폐기 설비 용량을 신규 LNG 사업으로 대체, 설비 용량 증가를 억제할 방침이다. 이렁경우, 집단·열병합발전 기업은 오롯이 열 공급만 전담하게 된다. 산업부는 이번 조치의 근거로는 발전공기업의 석탄 대체권을 제시했다.
산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전기·열을 동시 생산하는 사업 특성상 공동사업을 추진하면 집단·열병합발전 기업에 손실이 크다는 입장이다. 산단 열병합발전의 경우 전기·열 생산량이 반비례한다. 공동사업을 추진하면 발전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전기, 열 생산량을 두고 이해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특히 민간 기업은 열만 판매하는 보조 사업자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석탄대체권이 발전공기업에만 유리한 사실상의 특혜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계획 중인 집단에너지 사업은 대다수가 민간 기업이 이미 부지 개발을 마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집단에너지 사업자가 이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것을 생각하면 이는 (발전공기업에)매우 큰 혜택”이라면서 “석탄 대체권의 근거, 적법성 관련 검토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2차전지 등 국가 전략 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포스코의 광양국가산단 등에 열을 공급하는 사업이 모두 이번 결정에 따라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상황이다.
수년간 사업허가를 기다리다 이번 조치를 마주한 기업도 있다.
대전열병합과 한양그룹은 관련 사업의 사업 허가 신청을 지난 2021년에 냈다. SK하이닉스는 부지 개발 및 열병합발전소 설립 사업을 지난 2019년부터 추진해 왔다. 이들 사업의 설비 용량 규모만 2GW에 이른다.
에너지 분야 한 교수는 “신규 LNG발전소의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 이미 수년전부터 예견된 일”이라면서 “정부가 이같은 제한적 사업 참여 방안을 업계에 일찍이 전달하고 세부 방안 등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산단 열병합발전의 경우 발전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공동사업을 추진하면 열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면서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열을 공급할 수 있도록 신증설을 허용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집단에너지 사업 또한 전기사업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열 공급 외 전기 판매 사업은 전원 계획과 정합성이 맞아야 하고 발전공기업의 석탄대체 계획과도 부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