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등 테스트…협력사 확보
빠르면 2025년 도입, 인텔과 경쟁
AMD가 반도체 제조에 유리기판을 도입하기 위한 공급망 구축에 착수했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소재 기판의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제품으로, 고성능 반도체 구현에 필수로 떠오르고 있는 부품이다. 인텔에 이어 AMD까지 중앙처리장치(CPU) 양대산맥이 유리기판 확보에 나서면서 국내외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AMD는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판 업체들과 유리기판 성능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다수 업체들과 동시 다발적 샘플 테스트에 착수, 핵심 공급 업체를 가리는 중이다. AMD 유리기판 테스트에는 일본 신코, 대만 유니마이크론, 오스트리아 AT&S, 우리나라 삼성전기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AMD는 지금까지 SKC 자회사 앱솔릭스와 유리기판 관련 협업을 이어왔다. AMD에서 분사하고 SKC가 투자한 칩플렛을 통해서다. 이번에 협력사를 추가하려는 것은 유리기판 도입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양산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유리기판은 기존 반도체 기판에 쓰였던 플라스틱 소재 대비 표면이 매끈하고 얇게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신호 전달 속도를 향상시키고 전력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반도체를 포함한 고성능 컴퓨팅(HPC)용 칩에서 유리기판을 쓰려는 이유다.
AMD 유리기판 도입 시점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빠르면 2025~2026년 도입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인텔은 2030년 이전 적용이 목표다. 인텔은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유리기판을 적용하겠다고 나선 곳으로, AMD와 인텔 간 상용화 경쟁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과 AMD가 유리기판 적용을 추진함에 따라 반도체 후방 산업계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 전망이다. 플라스틱을 기반으로 한 전통의 PCB 산업이 유리로 잠식이 예상되며, 이에 따른 장비와 소재들도 크게 바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유리기판 위에 반도체 회로를 그려 넣으려면 글래스관통전극(TGV)을 구현하는 신규 레이저 장비가 필요하고, 식각은 물론 회로 패터닝·박막 접착·기판 절단 등 새로운 기술들이 요구되고 있다. 유리를 다루기 때문에 반도체 업체들과 디스플레이 공정 전문 회사들이 협력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한 반도체 장비 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사들이 직접 소부장 기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유리기판 제조사 역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체적인 소부장 공급망을 조성하고 있다”며 “(인텔·AMD 등) 최종 고객사에 선택되기 위한 기판 및 소부장 기업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