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창사 40주년을 맞이했다. 10주년은 삐삐 가입자 광고로 자축했고 20주년에는 배우 한석규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통화가 가능'해진 변혁을 상기시켰다. 30·40주년은 각기 경품 행사 '찾아가자!'와 임직원의 환경 정화 봉사로 마무리 지었다.
SK텔레콤의 역사는 이동통신시장의 진화와 궤를 같이한다. 창사 기념 10대 뉴스의 절반은 기술 진보와 시장구조의 변모가 차지한다. 차량 전화에서 아날로그 휴대전화로의 전환(1G), 디지털화로 구현한 청량한 음색(2G), 진정한 데이터 전송의 갈망(3G), 올 데이터화의 실현(4G) 그리고 인공지능(AI) 주춧돌(5G)로의 진화에 동참했다. 변모도 발 빨랐다. 경쟁이 치열한 1990년대 말 동종 합병으로 몸집을 불렸고, 기술·상품 융합에 대비해 유무선통신과 방송의 이종 합병을 십년에 한 번씩 이루어냈다. 2000년대 초반에는 CDMA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통신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고 2010년 중반에는 동남아에 4G의 경험을 전수했다.
글로벌 AI 회사로의 변모도 발 빠르다. 하이닉스는 규제 하의 통신 산업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두뇌 집의 생산 전초기지가 됐다. AI 생태계 피라미드 조성을 목표로 도심항공교통(UAM) 등 AI융합서비스 발굴과 '에이닷' AI 개인비서 진화에 주력한다.
그룹 차원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의 주류화 환경을 조성해 왔다. 2000년 중반부터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도 목표로 추가했고, 2010년 말부터는 간접 경제 기여도와 환경·사회·거버넌스(ESG)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성과에 반영했다.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당장은 규제 리스크다. 요금은 정치 논리에 좌우돼 인가제와 별반 차이 없이 운영된다. 이른바 '호갱(호구고객)' 방지를 위해 마련된 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가입자 탈취 장려책으로 급선회했다. 일반 기업과 같이 가입자 점유율을 무작정 확장할 수도 없지만, 반복 학습으로 성장한 후발사와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새 먹거리 창출을 위한 조직은 수평적으로 변모해야 한다. 2000년 중반 이후 수평 문화 구축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불확실성 회피 성향을 일소(一掃)하는 스타트업에 필적한 자유도가 보장되어야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
역병·분쟁·오염으로 시계(視界) 제로가 된 현실에 맞춰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양립하는 작동 원리도 재점검해야 한다. 다양한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기업의 비약적인 생산성이며 이는 구성원의 행복이 자발적 참여와 창의성으로 발로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SK텔레콤이 미래 통신역사의 획을 긋는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