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태 전 삼성전기 사장을 전격 영입한 LX세미콘이 도전과제에 직면했다. 주력 사업인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분야에서 경쟁사들이 LX세미콘 텃밭까지 진입을 시도하며 압박하고 있어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노바텍이 애플에 DDI 공급을 추진 중이다. 올해 출시 예정인 아이폰16 시리즈에 DDI를 납품하려는 것이 골자로, 지난 2월 샘플까지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텍은 삼성전자(시스템 LSI)에 이은 세계 2위 DDI 업체다. DDI는 화소를 제어해 이미지나 영상을 표현하는 핵심 반도체다.
노바텍은 지난 2022년부터 애플 공급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으나 아이폰에 DDI를 공급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최종 통과 시 노바텍 DDI는 LG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나 중국 BOE OLED와 결합돼 애플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아이폰에는 LG디스플레이, BOE 외 삼성디스플레이까지 3사가 OLED를 납품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DDI를 주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노바텍이 LG디스플레이나 BOE와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
현실화되면 LX세미콘은 아이폰 물량을 놓고 노바텍과 경쟁을 해야 한다. 그동안 LG디스플레이와 BOE가 납품하는 아이폰용 OLED DDI는 LX세미콘이 사실상 독식 해왔는데, 노바텍과 텃밭을 놓고 싸워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애플은 DDI 납품사를 디스플레이 업체에 맡기지 않고 직접 지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DDI 다변화를 추진하는 만큼 노바텍 납품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LX세미콘은 올해 아이패드서도 삼성전자라는 경쟁 상대와 맞붙어 고배를 마신 적 있다. 애플은 올해 처음 아이패드에 OLED를 탑재하는데, 여기에 사용되는 DDI를 삼성전자가 독식했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드는 아이패드용 OLED 패널에는 삼성전자 DDI가, LG디스플레이 아이패드 OLED용 DDI에는 LX세미콘 DDI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기존 관례를 깨고 LG디스플레이 패널에도 삼성전자 DDI가 채택됐다.
멀티 벤더를 고수했던 애플이 단독 공급체제를 선택한 건 이례로, 삼성전자의 정보기술(IT) 기기용 OLED DDI 기술력과 노하우를 더 높이 산 것으로 풀이된다.
DDI는 LX세미콘의 핵심 사업이다.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조9000억원의 매출 중 92%를 DDI로 벌었다.
LX세미콘이 애플에 납품하는 DDI의 구체적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TV와 모바일이 DDI 매출의 대부분인 만큼 상당액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LX세미콘은 지난해 말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대비하고, 선제적인 미래 준비를 위해 기업경영 경험이 풍부하고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사업에서 전문성을 갖춘 이윤태 전 삼성전기 사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이윤태 사장은 3월 이사회에서 정식 대표이사가 됐는데, 신사업 발굴 전 치열해지는 DDI 경쟁을 돌파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LX세미콘은 이윤태 사장에 이어 한상범 전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도 했다. 한상범 부회장은 디스플레이 전문가로 이윤태 사장과 어떤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