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창의와 혁신] 〈16〉황당함을 뒤집으면 창의가 보인다

법무법인 태평양 이상직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법무법인 태평양 이상직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작가 아서 클라크는 1930년대부터 수많은 공상과학소설을 집필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낙원의 샘, 유년기의 끝이 대표작이다. 그의 과학 3원칙을 보자. 탁월한 과학자가 가능하다고 하면 옳은 말이고 불가능하다고 하면 틀린 말이다. 어떤 일이 가능한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이다. 충분히 발전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되지 않는다. 재미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통신위성, 인터넷, 우주정거장, 핵추진 우주선 개발에 영감을 주었다. 그 시대의 독자들에겐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행동이나 말이 이해되지 않고 터무니없으면 황당한 것이다. 황당함은 나쁜 걸까. 기성세대의 관습과 틀에 갇혀 오랫동안 버림받았다.

사람은 피로회복과 노폐물 제거를 위해 잠을 잔다. REM(Rapid Eye Movement) 수면상태에서 꿈을 꾼다. 꿈에선 비상식적이고 황당한 일이 일어난다. 개꿈이라고 폄하한다. 왜 그런 꿈을 꿀까. REM수면 중에는 논리적인 사고와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휴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충분한 REM수면은 학습, 기억, 저장, 창의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 REM수면상태에서 잠을 깨면 꿈을 기억할 수 있다. 폴 매카트니는 1964년 꿈에서 현악 앙상블을 들었는데 멜로디가 아름다웠다. 깨자마자 연주했다. 가사를 붙여 노래를 완성했다. 비틀즈의 히트곡 '예스터데이(Yesterday)'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화학자 케쿨레는 뱀이 꼬리를 물고 빙글빙글 회전하는 꿈을 꿨다. 거기서 벤젠의 분자구조가 육각형 형태의 고리라는 힌트를 찾았다. 꿈속 황당함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분야에서 창의로 연결했다.

그림작가 이소연 作
그림작가 이소연 作

토마스 에디슨은 주의가 산만하고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학교에서 포기한 학생이었다. 병아리를 부화하기 위해 밤새 달걀을 품는 등 황당한 짓만 골라했다. 당시 학교 공동체가 품을 수 없는 행동이지만 축음기, 백열전구 발명 등 번득이는 창의가 그 황당함 속에 숨어 있었다. 일론 머스크를 보라. 우주여행, 전기차 등을 꿈꿨던 그의 아이디어는 에디슨 못지않게 황당하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바보로 생을 마쳤을 것이다.

영국의 현대 미술 작가를 보자. 데미안 허스트는 죽은 상어를 수족관에 넣고 '회복할 수 없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 출품했다. 트레이시 에민은 남자친구와 잠자리를 가졌던 침실의 침대, 속옷, 콘돔 등 너저분한 소품을 있는 그대로 가져와 전시했다. 캠핑용 텐트의 안과 밖에 자신과 관계했던 남자들의 이름을 적어 출품했다. 황당함을 넘어 미친 짓이다. 미술계에 존재하는 최악의 혹평을 들었다. 그러나 미술마케터 찰스 사치는 그 황당함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았다. 제작 지원, 작품 구입, 전시회 개최, 언론 홍보 등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미국 주도의 미술계에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이 필요했던 정부의 지원도 한몫했다. 그들은 현대 미술계에서 최고 작가 반열에 올랐다.

자유시장경제엔 법과 규제가 많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막는다. 기업도 조직이 정비되고 절차가 갖춰지면 황당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다. 눈총을 받기 싫어 아이디어를 내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나와도 회의와 결재과정에서 걸러진다. 도대체 세상에 나올 기회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가 동의하는 아이디어엔 창의가 없다. 거침없이 의견을 개진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당신이 2000년 이전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스마트폰에 관한 아이디어를 들으면 황당할 수밖에 없다. 황당함은 새로운 것이기에 낯설고 어색하다. 어색함을 용납하고 황당한 말과 행동을 곰곰이 되짚어 창의의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황당함을 창의로 다듬는 방법과 기술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것만이 자원부족 국가를 창의풍요 국가로 만드는 길이다.

법무법인 태평양 이상직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