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가 탄소배출권 부담 경감을 위한 정부의 정책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통신 인프라가 산업계 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공공성을 반영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저감량 기여도에 비례한 인센티브 부여와 전기요금 개편에 따른 간접배출 규제 차등화 등이 핵심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최근 이같은 내용의 통신사업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 개선 건의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이통 3사는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대상 기업이다. 정부 할당량 범위 내에서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고 초과량에 대해서는 별도 구매해야 한다.
통신사의 탄소배출량은 매년 증가 추세다. SK텔레콤의 지난해 탄소배출량 추정치는 122만7222tCO2e(이산화탄소상당량톤)로 전년대비 11%가량 증가했을 전망이다. KT 예상 배출량은 약 113만tCO2e, LG유플러스는 161만6093tCO2e다. 3사 모두 매년 증가세다.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이 시작되는 2026년에는 탄소배출량이 무상배출 허용량을 대폭 넘어설 전망이다. 2030년에는 SK텔레콤은 약 2000억원, KT는 약 1000억원의 탄소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력 사용이 곧 탄소배출인 통신업 특성에 기인한다. 배출량 97~99%는 네트워크 전력사용에서 나오는 간접배출이다. 통신 인프라 고도화에 따라 전력소비 및 탄소배출이 급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통신업계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한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지능형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디지털 기술이 타 산업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만큼 간접배출에 대한 부담을 낮춰달라는 입장이다.
인프라 투자를 통해 이끌어낸 타 산업군 탄소 감축량에 비례해 통신사 배출권으로 전환시켜주거나, 탄소배출 감축 마일리지 제도에 기여하는 만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식이다. 통신 서비스를 통한 탄소저감량은 탄소 저감계수를 활용해 정량 산정이 가능하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산정·감축의무 대상에서 간접배출 제외하거나 차등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기요금체계 개편에 따라 전기요금에 기후·환경비용이 포함돼 있는 만큼 전력사용에 대한 간접배출 규제와 중복 소지가 있다. 이로 인해 통신사는 전기료 비용 상승분에 따른 간접배출에 따른 배출권 비용 부담을 이중으로 겪고 있다.
업계는 올 4분기 수립 예정인 제4차 기본계획에 간접배출에 대해서는 차등화된 조정계수를 적용하거나 배출권거래제서 제외하는 등 규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유럽연합(EU)이 수입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규제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함에 따라 기존 무역집약도가 높은 기업에 부여하던 무상할당 업종 지정 기준을 에너지집약도 또는 전력집약도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서비스는 탄소중립 구현을 위한 필수적 인프라”라며 “네트워크 고도화에 따른 전력 요구량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는 만큼 간접배출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부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2030년까지 디지털 기술이 전세계 탄소 배출량을 최소 15% 줄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지속가능성이니셔티브(GeSI) 보고서에서도 2030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탄소배출 저감량은 ICT 산업 자체 배출량의 9.7배에 달할 전망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