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데미츠코산이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와 관련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응용 연구개발(R&D) 부문을 모두 한국으로 옮긴다. 세계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에서 재료 상업화를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서다. 이데미츠코산은 연 매출이 80조원을 넘는 일본 대표 석유화학 및 소재 기업으로, OLED 원천 기술을 보유했다.
이자와 요시아키 이데미츠어드밴스드머티리얼즈코리아 사장은 최근 전자신문과 만나 “지난해 3월 한국에 R&D 법인을 설립하면서 30% 가량 기능을 옮겨왔는데, 올해 80%에 이어 내년까지 상업재료 개발 분야를 모두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데미츠어드밴스드머티리얼즈코리아는 일본 이데미츠코산의 한국 내 R&D 법인이다. 이데미츠코산은 빨강(R)·녹색(G)·청색(B) 3가지 원색 가운데 가장 개발이 어려운 청색 발광 재료에서 강점을 가졌다. 1997년 청색 발광재료를 개발, 분자설계·유기합성 기술을 토대로 OLED 기술 관련 중요 특허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
이데미츠는 일본 치바현에 위치한 본사에서 기초연구를, 오산에 위치한 한국 법인에서 응용연구를 전담한다는 구상이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고객사가 가까운 한국에 거점을 마련하고, 일본 기업의 약점으로 꼽히는 고객사 요구에 대한 느린 대응을 극복하겠다는 취지다.
이자와 사장은 “재료개발 속도에 있어서 디스플레이 산업 중심이 되는 한국이 고객사 피드백도 빨리 받을 수 있고 스케일업과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유리하다”면서 “의사결정이 빠른 한국에서는 상업재료 분야 연구를, 일본에서는 기초연구를 하면서 기술발전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데미츠는 경기도 파주에 OLED 생산 법인(이데미쯔전자재료한국)도 두고 있어 한국에서 R&D와 생산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게 되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일본 소재 기업이 한국으로 R&D 기능을 옮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 소재 기업들은 해외 기술 이전에 보수적이고, 특히 최근 글로벌 환경은 첨단 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해 핵심 기술들을 자국 내 두려는 경향이 강해 이데미츠의 R&D 기능 이전이 주목된다.
이데미츠는 한국에서 OLED 재료 개발에 집중하면서도 향후 이차전지, 반도체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후 리튬전자재료, 결정성 산화물 반도체 등이 상업재료 수준으로 준비되면 한국서 개발을 진행할 방침으로, 시점은 5년 가량 이후로 예상된다.
국내 디스플레이 인재 영입에 대한 의지도 강했다. 이자와 사장은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에서 협동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학계 및 산업계와도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과 공동 연구를 하거나 이공계 박사 인력 채용도 검토 중이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