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일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아닌'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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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소속·공공기관장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 심지어 리더십 부재가 수개월째 이어지는 곳도 있다.

2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이달 말 기준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만료되는 곳은 한국관광공사, 한국저작권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12곳이다. 장기 공석이거나 기관장 임기가 끝났으나 후임 인사 지체로 전임자가 계속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까지 포함하면 기관장이 공석인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은 약 38%에 이른다.

문체부 소속기관도 비슷한 상황이다. 18곳 가운데 국립중앙도서관,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정책방송원 등도 공석인 것으로 확인됐다.

적임자를 두루두루 찾고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래도 공공기관 10곳 중 4곳의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후임이 임명되지 않아 전임 기관장이 임기를 넘겨 근무를 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해당 기관장은 좌불안석이다. 직원들도 어차피 떠날 사람으로 대한다. 무수히 많은 현안은 해결되지 못하고 쌓여만 간다.

인사 공백은 문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당수 부처가 직면한 과제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3년을 맞이하고 있다. 국민과 약속한 정책의 기본 틀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시행해야 할 금쪽같은 시기다. 아직 정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주요 기관장 자리에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하는 것은 무능력을 방증하는 셈이다.

인사는 폭넓게 찾아보고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을 오래 끌지는 말아야 한다. 수장 공백으로 직원들은 새로운 업무를 추진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그야말로 '일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아닌' 상황이다. 그런 조직에 혁신이나 미래 비전을 기대하긴 어렵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