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탈통신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던 로봇사업을 전면 재편한다. 로봇 판매부터 임대, 설치, 유지보수까지 도맡았던 기존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로봇 관제와 플랫폼 사업에 집중한다.
김영섭 KT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로봇 사업을 하는게 아니다”라며 “고객이 로봇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관제하고 AI와 정보기술(IT)을 이용한 플랫폼 사업자가 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로봇은 제조업체가 따로 있지 않느냐”면서 “KT가 지향하는 것은 어떤 로봇이던 우리 플랫폼과 연동해 고객의 비즈니스와 일상 편의를 지원하는 것이지 로봇을 단순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구현모 전 대표 체제에서 디지코 신사업으로 육성했던 AI로봇 풀서비스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으로는 ICT를 활용한 원격관제 등 플랫폼 구축에 역량을 집중한다.
그동안 KT는 로봇을 사입해 렌털·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영위해왔다. LG전자, 베어로보틱스 등 로봇 제조사로부터 하드웨어를 납품받아 통합 관제 솔루션과 함께 호텔, 식당 등 수요 고객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KT가 설치부터 교육, 사후관리까지 다 떠맡는 구조다보니 인건비 부담이 높고 수익성 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다. 로봇을 직접 사들이고 매장에 공급하는 사업 구조 자체가 AICT 기업인 KT가 가진 역량과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KT 로봇사업단은 앞으로 사입·판매보다는 플랫폼 사업 중심으로 로봇사업 전략을 재편하는데 주력한다.
KT가 앞서 AI 서비스로봇 사업을 위해 납품받은 물량은 LG전자 약 2500대, 베어로보틱스 약 1500대 등 4000여대다. 현재는 공급계약 물량에 대해서만 발주를 진행 중이다.
KT는 로봇사업 교통정리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 역할을 강화한다. 키오스크 등 디지털 서비스 연동과 AI 음성인식, 실시간 원격 관제 등 ICT 기반 로봇 서비스 플랫폼 고도화에 집중할 전망이다.
KT 관계자는 “플랫폼 기반 로봇 솔루션 사업자로 사업 방향으로 잡고 중장기적으로 관련 조직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소상공인 디지털전환(DX) 상품·서비스 판매 기능 강화와 로봇사업 본질인 플랫폼 사업 고도화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한때 KT 로봇사업 철수설까지 돌았지만 단순 제품 공급 대신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면서 “일례로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빌리지 사업에 제조사가 로봇을 공급하면 KT가 이를 관제하는 플랫폼을 판매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김영섭 대표 “판매 아닌 편의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