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란 둘 이상의 사업자가 적절한 요금·조건으로 고객을 확보해 이윤을 올리고 상대 기업보다 우위를 차지하려는 노력이다. 통신 시장은 독점을 통해 기반이 형성되고 사업자가 늘면서 경쟁이 활성화되면서 이용자의 가입 선택폭이 넓어졌다. 후발사는 요금 인하와 고객에 어필할 수 있는 신규 부가 서비스를 무기로 시장에 신규 진입하고 선발사는 이에 대응해 미리 요금을 인하하는 슈타켈베르크 경쟁은 통신 시장 공통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1990년대 후반 이동통신 경쟁은 광고 설전(舌戰)에서 시작됐다. SK텔레콤은 '장자(莊子)의 호적수(好敵手)'로 신세기(통신)의 출범을 환영했다. 제대로 경쟁을 치러보자는 의미보다는 혜시(惠施)의 죽음에 신세기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1996년 SK텔레콤은 인천·부천지역에서 2G(세대) CDMA 시범 서비스에 성공 후 전국 확대를 선언하며 '파워 디지털'을 내세운 신세기의 진입에 대비했다.
신세기는 광고를 통해 '이동전화도 선택의 시대!'라며 우리가 등장했으니 '낡은 것을 버리고 젊은 이동전화를 선택하라'라는 경쟁 메시지를 발신한다. 가입보증금이 인하되었고 선택요금·보조금을 도입하면서 '독점의 누더기'를 벗겼다고 선언까지 했다. 10초 이내 통화 단절 시 요금을 청구하지 않는 '무통무전(無通無錢)' 원칙도 도입했다.
1997년 PCS 3사는 공동광고로 '몇 달만 참으면 차세대 이동통신을 쓸 수 있는데'라며 고객에게 가입 대기를 호소한다. SK텔레콤은 휴대폰은 지상·지하를 가리지 않고 '전국 구석구석' 잘 터져야 하는데, '반지하만 내려가도 안 통하는 이동전화'가 있다며 통신망 열위의 PCS를 폄훼한다. 자사의 높은 요금은 '잘 안 통해서 오히려 비싼 이동전화가 있고 잘 통해서 경제적인 이동전화가 있다'라는 '반용지물(半用之物)'의 논리로 방어한다. 신기술로 영상 전송이 가능하고 특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는 PCS의 주장은 '과대포장'이라며 일축한다. 후발사의 경험 부족과 서비스에 차별적 요소가 없다는 지적이 핵심이다. 설전은 자(타)사의 강(약)점은 부각하면서도 약점은 합리화하는 경쟁전략을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발신해주기에 여느 교과서보다 보탬이 된다.
문제는 경험·설비·유통망·자금력 차이가 워낙 커, 경쟁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급기야 1999년 PCS 3사는 '이동전화 시장의 독점 저지를 위한 우리의 결의'라는 광고로 정부의 공정경쟁정책 조기 시행을 촉구한다. '다른 선택 대안이 없던' 독점기를 넘어 100만원이 넘던 가입장벽을 낮춘 역할을 강조하면서 보조금이 축소·폐지되지 못하면 SK텔레콤의 판촉 공세에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읍소했다. 현실에서 시장기능이 작동하기 위해 선후발사 격차 해소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서서히 주류화되기 시작했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