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50대 여성이 전 세계 처음으로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과 기계식 심장 펌프를 함께 이식받았다.
2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뉴욕대(NYU) 랭곤 헬스 의료진은 이달 초 뉴저지 출신의 중증환자 리사 피사노(54)에게 기계식 심장 펌프를 이식하고 며칠 뒤 돼지 신장을 활용한 이종이식 수술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피사노는 혈액 투석이 필요한 심부전과 말기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중증환자였다. 기계식 심장 펌프와 신장 이식이 모두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여러 번 카테터 삽입술을 받고 대장암에 걸린 이력으로 대장의 상당수를 절제하는 등 건강상 문제로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조차 올릴 수 없었다.
하지만 피사노는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었다. 의료진은 그에게 남은 시간이 “며칠” 또는 “몇 주”밖에 남지 않았다고 판단해 그에게 돼지 신장 이식을 권유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정책에 따라 다른 선택권이 없는 말기 환자 등 일부에게만 이종(異種) 간 이식수술이 허용된다.
랭곤 의료진은 먼저 이달 4일 그에게 기계식 심장 펌프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이어 12일 돼지 흉선과 함께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신장을 이식했다.
신장은 알파갈이라는 당을 합성하는 유전자를 제거하기 위해 유전적으로 편집된 돼지의 것으로, 나비모양의 면역기관인 흉선을 함께 이식해 사람의 면역 체계가 돼지 신장을 공격하지 않도록 했다. 흉선은 면역 체계를 재프로그래밍하기 때문에 이식 후 필요한 면역억제제 투여량을 줄일 수 있다.
이날 이식 수술을 이끈 외과 과장이자 NYU 랭곤 이식 연구소 소장인 로버트 몽고메리 박사는 “수술 후 그의 장기가 즉시 소변을 만들기 시작한 것을 보고 의료진은 수술실에서 환호성을 질렀다”며 “갈길이 멀지만, 현재 그의 심장은 아름답게 기능하고 있다. 심장의 상태도 훨씬 좋아졌다. 하지만 퇴원하기 전 한 달 이상의 재활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수술은 심장 펌프를 가진 환자가 장기이식을 받은 첫 번째 사례이자 살아있는 인간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한 두 번째 사례라고 의료진은 밝혔다. 심장펌프 수술을 집도한 NYU 그로스먼의대의 심장 및 폐 이식 학과장인 네이더 모아자미 교수는 “신장을 이식할 후속 계획이 있는 투석 환자에게 좌심실 보조 장치 수술이 이뤄진 것은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현재 수술 후 회복 중인 피사노의 남편 토드는 “(수술 전까지) 피사노는 점점 더 아파지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수술로 아내가 웃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한편, 살아있는 환자에게 유전자 편집된 돼지 신장을 이식한 첫번째 성공 사례는 지난달 수술받은 리차드 릭 술래이먼(62)이다. 그는 3월 수술해 2주 만에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 상태를 회복했으며, 이달 3일 집으로 돌아가 아직까지 생존해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