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애플 비전프로와 삼성전자 XR기기

[ET톡] 애플 비전프로와 삼성전자 XR기기

“그거 사면 한 달 재미있고 말걸. 너는 3시간 재밌고, 그거 자랑하는데 한 달 재밌을 거다. 그 재미 보겠다고 480만원 쓸 수 있니?”

애플 '비전 프로(Vision Pro)'를 구매하고 싶다는 기자의 말에 주변 지인들이 전한 반응이다. 신기한 제품이고 한번 사용해보고 싶은 제품이라는 데는 모두 공감했지만, '크게 쓸데가 없다'는데 의견들이 모아졌다. 한 지인은 “40만원이라도 안 살 거 같다”며 구매 생각을 접으라고 했다.

비전프로를 직접 체험해 보니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게 됐다. 600g에 달하는 기기는 너무 무거웠고, 콘텐츠들은 멀미를 유발했다. 체험시간으로 예정된 1시간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뛰쳐나올 정도였다.

비전프로는 애플의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비싼 가격과 무거운 무게를 차치하더라도 기기를 즐길 콘텐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동영상을 3D로 즐길 수 있는 '공간 동영상' 외 이렇다 할 콘텐츠가 없다. 그 결과 비전프로는 수요 부족 사태를 맞았고 애플은 관련 사업 영역 축소 작업에 들어갔다.

비전프로 실패 사례는 애플이 XR기기를 준비 중인 삼성전자에게 보내는 '경종(警鐘)'과 다르지 않다. 기기 완성도와 '킬러 콘텐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사례를 보여준 것과 다름없다.

다행스럽게도 삼성전자에게는 구글과 퀄컴이라는 우군이 존재한다. 구글의 콘텐츠, 퀄컴의 칩셋 성능은 전 세계 기업 중 톱클라스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이들과 협업을 통해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최초 온디바이스 AI폰 '갤럭시S24'는 3사가 만들어낸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갤럭시S24가 스마트폰 업계 최초의 AI폰 시대를 열었듯, 삼성전자 XR 기기가 새로운 XR 시대를 열기를 기대한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