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소유자가 아닌 사람이 특허권을 취득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 이른바 모인출원이라고 하는데, 타인의 기술을 절도해서 특허권을 취득하는 경우도 있고, 소유 관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자신의 기술인 것으로 착각해서 특허권을 취득하는 경우도 있다. 하여튼 정당한 권리자가 아닌 사람이 특허권을 취득하는 경우 정당한 권리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점은 부인할 수 없고, 정당한 권리자는 법적 조치를 통해서 특허권을 찾아올 수 있다.
통상 특허무효심판을 통해서 특허권을 찾아오는 경우도 있고, 특허권등록이전청구의 민사소송을 통해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당한 권리자의 특허권의 존속기간을 어떻게 볼 것인지다.
예를 들어서, 2020년 10월 1일 무권리자가 출원해서 2021년 10월 1일 특허등록되었고, 2022년 10월 1일 정당한 권리자가 무권리자를 상대로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해서 2023년 10월 1일 확정되었다. 이후 정당한 권리자는 별도의 특허출원을 통해서 특허권 등록을 해 찾아올 수 있지만, 그 존속기간이 2020년 10월 2일부터 20년이 되는 2040년 10월 1일인지, 아니면 정당한 권리자가 특허 등록한 날로부터 2040년 10월 1일까지인지 논란이 있었다.
관련 법령을 정리하면, 특허법 제88조 제2항은 “정당한 권리자의 특허출원이 제34조 또는 제35조에 따라 특허된 경우에는 제1항의 특허권의 존속기간은 무권리자의 특허출원일의 다음 날부터 기산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특허법 제34조, 제35조는 “무권리자가 출원한 특허가 거절 혹은 등록무효 된 이후 정당한 권리자의 특허출원은 무권리자가 특허출원한 때에 특허출원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두 조문의 해석에 있어서 다수의 견해는, 정당한 권리자가 출원한 특허의 존속기간은 '정당한 권리자 특허권의 설정등록일'부터 '무권리자 특허출원일부터 20년 되는 날'까지를 의미한다고 보았다. 특허법 제88조 제2항의 의미를 존속기간의 시작점에 관한 소급이 아니라 아니라 만료일의 기준점에 관한 소급으로 보았는데, 출원일만을 소급하는 특허법 제34조 및 제35조의 규정과 의미상 일치하는 면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정당한 권리자가 특허법 제35조의 요건을 갖추어 특허출원에 대한 등록을 마친 경우 정당한 권리자의 특허권 존속기간 기산점은 특허법 제88조 제2항에 따라 '무권리자의 특허출원일' 다음 날부터 기산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며, 정당한 권리자의 특허 존속기간의 시작점을 무권리자 특허의 출원일 다음날로 보았다. 위 예에서 정당한 권리자의 특허 존속기간을 2020년 10월 2일부터 20년이 되는 2040년 10월 1일로 본 것이다.
이 판결로 인한 법적 효과는 적지 않다. 예컨대 정당한 권리자는 무권리자의 실시 행위에 대해서 무권리자 출원일로 소급해서 특허법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론상으로 다른 침해자들에 대해서도 무권리자 출원일로 소급해서 특허법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데, 그만큼 특허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정당한 권리자의 특허권 보호를 우선에 두고 본 것인데, 무권리자로 모인 출원으로 인해서 정당한 권리자가 특허권의 존속기간의 손해를 보는 것은 공평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에 이 점에서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