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첫 전력반도체 공장, 韓 기술로 만든다

파워마스터반도체 모회사인 태국 후공정업체 '하나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방콕 본사
파워마스터반도체 모회사인 태국 후공정업체 '하나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방콕 본사

태국의 첫 전력반도체 공장이 한국 기술로 탄생할 전망이다. 웨이퍼에 회로를 구현하는 전공정 라인이 들어설 예정으로, 후공정 위주인 현지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 변화가 일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력반도체 업체인 파워마스터반도체는 모회사인 태국 업체 하나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도와 태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하나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태국석유공사(PTT)의 자회사 뉴버설(NewVersal)과 합작사 'FT(First Thailand semiconductor company) 1'을 세우고 태국 내 전력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는데, 이에 필요한 기술 지원을 파워마스터반도체가 담당하기로 했다.

전력반도체는 전자기기에서 전력을 변환하거나 제어하는 반도체다. 파워마스터반도체는 삼성전자가 1999년 페어차일드(현 온세미)에 매각한 전력용 반도체 사업부문 출신들이 2018년 창업한 회사다. 충북 청주에 본사와 반도체 공장이, 인천에 연구개발(R&D)센터가 있고 설계부터 생산까지 자체 기술로 진행한다. 태국 투자를 받아 하나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지분 100% 자회사다.

구체적인 설립 장소와 투자 규모, 생산 목표 시점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위치는 하나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후공정 공장이 위치한 태국 아유타야, 람푼 인근이 유력해 보인다.

파워마스터반도체
파워마스터반도체

태국에 전력반도체 공장이, 그리고 웨이퍼에 미세회로를 그려 넣는 노광 공정 등 기술집약적인 반도체 전(前) 공정이 들어서는 건 처음이다. 태국은 주로 완성된 반도체를 테스트하거나 패키징하는 후(後) 공정이 위주였다. 지난 3월 준공한 소니의 빠툼타니 공장은 CMOS 이미지 센서(CIS)를 조립하는 곳이며, 국내 KEC도 태국 치앙마이에 후공정 공장을 두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력반도체는 상대적으로 설계보다 안정적 수율을 확보하는 양산 노하우가 더 중요하다”며 “자체 설비를 통해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까지 양산한 파워마스터반도체가 지원하기에 태국도 빠르게 기술력을 흡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이 공기업까지 나서 노광부터 패키징·테스트까지 완전한 전력반도체 공장을 갖추려는 건 전기차(EV) 때문이다. 태국은 반도체, 전기·전자, 배터리 산업을 육성해 전기차 생산 허브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태국은 아세안 지역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다. 오는 2030년까지 생산 자동차의 최소 30%를 EV로 전환할 계획이다. FT1이 설립할 전력반도체 공장도 이에 맞춰 SiC 전력반도체 등 전기차에 필요한 고출력·고효율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우선 파워마스터반도체가 개발한 전력반도체를 생산·공급한 뒤 품목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파워마스터반도체 임직원수는 170여명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 180억원, 영업손실 370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적자지만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나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25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지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