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애인 사귀어도 상관없어”… 日서 유행하는 '우정결혼'

도쿄 시부야 거리에서 시민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도쿄 시부야 거리에서 시민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일본 고학력 30대 사이에서 사랑과 성적인 관계가 없는 새로운 유형의 부부 관계인 '우정결혼'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일본 인구 1억 2000여만 명 중 약 1%가 우정 결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해당 결혼은 전통적인 결혼에 환멸을 느끼는 이성애자를 비롯해 무성애자·동성애자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수치는 일본 최초 우정 결혼 전문 회사인 '컬러어스'가 수집한 데이터에 따른 것이다. 컬러어스는 2015년 창립된 회사로 현재 약 5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우정 결혼은 '공통의 이익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동거하는 관계'로 정의된다. 법적인 의미의 배우자이지만, 낭만적인 사랑이나 성적인 관계는 추구하지 않는다.

부부는 동거하거나 별거할 수 있고, 인공수정 등을 통해 자녀를 가질 수도 있다. 부부간 합의가 있다면 배우자 외에 다른 사람과 자유롭게 연애 관계를 추구할 수 있다.

업체에 따르면 우정 결혼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평균 32.5세로, 소득이 전국 평균을 넘어서며 85%가 학사 학위 이상의 고학력자다.

일본에서 동성결혼이 합법이 아니므로 동성애자가 우정결혼을 대안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전통적인 결혼 방식이나 연애 관계를 싫어하지만, 결혼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받는 일부 청년에게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우정 결혼을 택한 부부는 결혼 전 생활비나 집안일을 어떻게 분담할지 등 일상생활의 세부 사항에 대해 먼저 합의한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30대 일본인 중 약 75%가 여전히 결혼을 인생의 목표로 생각한다. 그러나 2016년 조사에서는 일본 부부의 47.2%가 지난 한 달 동안 부부 관계를 하지 않았으며, 그 수는 점차 늘고 있다.

컬러어스는 “이러한 관계는 때때로 이혼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부부가 받을 수 있는 정책적 혜택과 동반자 관계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전통적인 결혼을 싫어하거나 자신을 사회적으로 소외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대안”이라고 밝혔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