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이야기가 얹어진 소통을 통해 성장하며 진화한다. 즉 사람은 원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고, 듣고 싶어 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 영유아기는 양육자로부터, 성장기에는 친구로부터, 성년기에는 동료들로부터 대화 내용에 플롯을 입혀 교감하고 교류한다.
스토리는 일상의 기본 값이기에, 사람은 본능적으로 서사에 반응하고, 감동하고, 설득당한다. 고객들은 광고나 마케팅 소재를 대할 때, 인지주의적인 정보 주입 또는 전달보다는 감성적이면서도 구성주의적인 표현 방식에 더 집중하고,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연다.
이러한 고객 니즈의 본성과 본질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이어왔지만, 기술 등의 발전에 따라 그 속성과 방법은 변화해왔다. 특히 디지털은 일상의 보조자인 스마트폰 환경에서 물 흐르듯 맞닿는 수많은 채널과 항상 연결되어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한 환경이다. 그렇다보니 디지털 환경에서 고객에게 어떠한 방식의 스토리텔링이 보다 효과적일지 알아보고 짚어보는 것은 마케터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디지털은 고객의 능동성을 바탕으로, 비선형적 확장을 만들 수 있는 특징으로 인해, 고객의 첫 인상에서 흥미를 자극하여 클릭을 통해 유입을 유도한다. 상품·서비스를 구매할 이유들을 공감시켜 다시 클릭을 이끌어 내고, 최종 실제 구매 또는 가입을 마무리할 수 있어야 한다.
위와 같은 디지털 환경에서 보다 유의미한 스토리텔링 기획을 위해 전체적, 그리고 단계별로 고려되어야 할 요소가 크게 3가지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톤앤매너 관점에서 고객에게 전달되는 메시지 의미나 표현 방식의 형태는 적당한 익숙함과 낯섦 사이의 조화로움이 공존해야 한다. 지나치게 예측 가능하면 고객들은 관심을 거둘 것이고, 뜻밖의 놀라움이 너무 크면 거부하거나 외면한다. 이를 위해서는 익숙함 안에서 의외성을 반영할 수 있는 UX카피와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이미지나 영상을 통해 고객의 관심을 '툭'하고 건드릴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인지·탐색·구매 단계에서 각 단계별 필요한 키 메시지를 기획하고, 키 메시지들의 합이 매끄러운 서사로 디자인될 수 있도록 구상력을 갖추어야 한다. 메시지의 내용과 서사가 분절되면, 고객은 인지 부조화를 겪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최악의 경우 호객 행위에 실망감을 갖고 고객이 떠날 수 있는 부작용을 만날 수 있다.
세 번째는 디지털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니, 고객의 리뷰 등의 반응을 통해 수시로 메시지나 스토리를 확인하고, 수정하여 상시 다듬어야 한다. 고객들이 상품의 가치에 반응하는지, 색다른 고객 경험에 반응하는지, 기존 추억 또는 향수에 반응하는지 등 가설로 설정한 스토리를 다양하게 시도해야 한다. 어떤 테마에 고객이 가장 반응하는지를 살피고, 더 세밀하고 정교하게 스토리를 보강하거나 변경하는 작업을 지속하여 고객과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디지털 '호모 나랜스'들이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이야기꾼으로 활동하고 있고, 이러한 활동들은 앞으로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하게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스토리가 앞으로 더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문화로 확장되길 기대해본다.
김경진 HSAD 신사업추진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