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지지자를 만나던 중 총격을 맞아 위중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날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로베르트 피초(59) 슬로바키아 총리는 수도 브라티슬라바 외곽에 있는 핸들로바 지역에서 각료 회의 후 지지자들과 만나던 중 총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졌다. 검은 정장을 입은 4명의 경호원 사이에 있던 피초 총리는 지지자들을 향해 다가가고, 지지자 사이에 숨어있던 한 남성이 총을 들고 달려가 저격한다.
영상에서는 총 5발의 총성이 들린다. 피초 총리가 땅에 쓰러지자 경호원들은 총을 쏜 남성을 제압했고 일부가 쓰러진 피초 총리를 향해 달려가며 영상이 끝난다.
피초 총리는 차량 이송 중 위중하다는 구급대원의 판단에 따라 헬기로 옮겨졌다. 그는 복부에 발사된 5발 중 3발 이상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총리실은 “여러 부상을 입었다”고만 답하며 말을 아꼈다.
토마시 타라바 슬로바키아 부총리는 영국 BBC에 “제가 아는 한, 수은 잘 진행되었다. 살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상에 관해서는 “한 발의 총알에 복부에 들어갔고, 다른 총알이 관절에 맞는 등 '큰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용의자는 사설 보안업체에서 쇼핑몰 보안업무를 하던 사람으로 전해졌다. 현지 방송사들은 그의 진술을 인용해 정부 정책에 반대해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피초 총리는 지난 2006~2010년, 2012~2018년 두 차례 집권한 뒤,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승리하며 3선에 성공했다.
그는 과거 공영언론을 장악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2018년 슬로바키아 고위 정치인들의 탈세 스캔들을 파헤친 취재기자 얀 쿠치악이 약혼자와 함께 살해되면서, 이를 기점으로 시위가 벌어져 총리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친러시아 여론을 등에 업고 승리하며 총리직에 복귀했다. 그는 야당 활동 당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미국이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도록 도발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선된 직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전달을 중단했다. 이에 슬로바키아 전역에서는 거리에서 피초총리의 친러시아와 공공 언론 장악 시도를 비판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졌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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