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정부는 네이버·야후재팬(소프트뱅크)과의 합작 회사로 탄생한 '라인 야후(2021년 설립)'에 대해 개인정보 유출 방지 차원에서 네이버의 지분 정리를 권고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문 정부 때 소원했던 한일 관계가 호전되고 있는 시점에서 일어난 일인지라 당혹스럽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하는 앱이다. 이용자가 많을수록 소통 횟수는 이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하기에 기업의 수익력은 배가된다. 국내에서는 카카오가 주도적이지만, 일본에서는 네이버의 라인이다. 기능 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데도 노랑·초록의 정반대 쏠림이 발생한 것은 시장 선점이 관건임을 말해준다.
네이버는 10년 이상 철저히 라인을 현지화했다. 본사는 일절 개발·경영에 관여하지 않았고 외부인 방문도 여의치 않았다. 일상적인 대화를 넘어서 상점 홍보, 공공 기관의 메시지 발신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현지인들은 일본 것으로 생각했다.
일본의 속성을 살펴보면 라인 사태에 관한 해석은 자명하다. 일본은 미국의 모방자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간 것은 일본이다. 미국이 예루살렘을 둘러싼 중동과의 갈등으로 문화 다양성을 구현하는 유네스코를 탈퇴하자 고래 포획을 늘리기 위해 국제포경위원회를 탈퇴했다. 우리와는 달리 누구도 정부 정책에 토시를 달지 않으며 법적 권한을 넘어선 정부 의중으로 행정지도가 이뤄진다. 1990년 옛 대장성 국장이 은행에 주택담보 대출 제한을 요청하는 문서 한 장으로 거품이 붕괴하면서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되기도 했다.
요컨대 라인 사태는 미국이 중국의 틱톡을 팔고 나가도록 법안을 마련한 것이 방아쇠가 됐고 일본 사회의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은 안전망으로써 자국이 관리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오랜 의중을, 민간 통신사인 소프트뱅크가 따를 뿐이다. 버티면 그만이지만, 안팎으로 보이지 않는 압력이 커질 것이다.
어느 나라나 정의(正義)란 자국 중심으로 정의(定意)된다. 미국에는 외국인의 직간접적인 기간통신사업 지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공익성 심사 제도가 있다. 우리도 IMF 사태 이후 소버린 같은 투자기관이 대기업 먹이 사냥에 나서자 유사한 제도를 마련했다. 어떤 합리성도 공익성을 넘어서지 못한다.
아쉬운 것은 토종 포털사업자가 그간 공들인 일본·태국 등 아시아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세계화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브라운(곰)·코니(토끼) 같은 네이버프렌즈는 그대로 놔둬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구가열화로 지구가 존멸 위기에 처했는데도 누구도 주도권을 잡아 해결하려 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땅덩어리를 차지하려는 지역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슬로벌라이제이션(반세계화) 시대에 들어 선지 오래다. 토종 왜구니 동맹국이니 하는 0·1의 디지털적인 양자택일의 단순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글로벌 끈이 끊어진 것이 아니라면 외교채널이나 IT 관련 국제기구도 활용해야 할지 싶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