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대구경북 행정통합, 속도 보단 철저한 준비가 우선

대구경북 행정통합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7일 지역 국회의원 당선 축하연에 참석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사실 홍 시장은 2022년 7월 취임당시 행정통합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중국 청도시를 다녀오면서 대구경북도 통합하는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대구와 경북을 대구시로 통합하고, 안동과 포항에는 지방청사를 두자는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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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도지사은 “당장 TF팀을 만들어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윤석렬 대통령도 홍 시장 발표 사흘만인 지난 20일 대구경북 통합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다음달 4일에는 이 장관과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만나 행정통합의 필요성과 추진방향, 정부차원의 지원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일사천리지만 두가지 점에서 걱정도 된다. '행정통합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있는가'와 근거가 있다면 '시도민 공론화 과정을 거쳤는가'이다.

2019년 통합논의 당시 근거는 수도권 집중과 지방인구소멸이었다. 지금 다시 불붙은 통합논의 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대구와 경북이 행정통합을 한다고 해서 인구소멸과 수도권 집중이 해소될지는 알수 없다.

과거로 돌아가보자. 대한민국 수립후 1949년 국민 2016만명 중 서울은 144만명, 경기는 180만이었다. 반면 경북은 321만명으로 인구로 보면 전국 1위였다. 이후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1960년대 후반부터 전국의 인구는 수도권으로 몰리기 시작했다.1970년 인구조사를 보면 서울이 1위로 올라섰고, 경북은 2위였다. 1981년 대구가 경북에서 분리된 이후 지역 경제는 더 쪼그라들었고, 인구이탈은 더욱 심해졌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이유로 인구 500만명의 거대 광역시를 꼽고 있지만 인구의 질을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수도권인구의 상당수는 경제활동인구인 반면 지역인구는 고령비율이 높다. 산업에 종사할 수 있는 활력있는 인구비중은 취약하다. 인구가 경쟁력이라는 주장이 정확이 들어맞지 않는 이유다.

행정통합이 되면 인프라가 좋은 대구가 경북 인구를 더 빨아들여 경북지역 인구소멸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있다. 또 행정통합이 된다고 해서 지금의 인구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다. 지역에 혁신적 산업성장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지금처럼 대구경북 인구는 수도권으로 여전히 빠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장밋빛 미래만 줄곧 강조해선 안된다. 행정통합이 지역소멸을 멈추고 경제를 살리며 특히 시도민의 삶을 어떤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담론과 근거를 제시해야한다. 행정통합의 명칭 역시 중요하다. '경북'을 버리고 '대구'라는 명칭으로만 통합이 추진된다면 경북지역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행정통합으로 인해 그나마 조금씩 자리잡아가고 있는 안동의 경북도청이 폐쇄되거나 이전·축소된다면 경북북부지역 균형발전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행정통합은 목표가 아니라 도구이다. 수도권 과밀화에 제동을 걸고 대구경북이 다시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지로 거듭나며, 시도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고 수단이며 도구일뿐이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분석해 대비해야한다.

군사작전식 통합선언이며 충분한 근거와 논의가 있어야한다는 지역 여론도 참조해야한다. 다수의 의견을 모아 행정통합을 제대로 해야하기때문이다. 보다 적극적이고 면밀한 준비로 국가균형발전을 이끄는 남부거대경제권을 구축해 살맛나는 지방을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야한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