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기관장이 내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사업이나 새로운 정책을 낼 수 없습니다. 현재는 전임 기관장들이 세웠던 기존 계획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 수장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KVIC)는 지난해 11월 유웅환 대표가 사임한 이후 여전히 부대표 대행 체제다. 창업진흥원,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등 굵직한 핵심 기관들도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를 발굴·개선하는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옴부즈만도 지난해 8월 박주봉 옴부즈만이 퇴임하고 여전히 차기 옴부즈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각각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해 공개모집 절차를 거쳐 장관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형태로 기관장을 정한다. 다만 대부분 기관과 마찬가지로 정치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 김용문 전 창업진흥원장의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 출마 당시 부산선거대책위원회 기획단장을, 유웅환 전 대표는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을 역임했다. 이렇듯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다수 있어, 일각에선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이후 이 같은 기관장 공석이 빠르게 채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10일 총선 이후 50여일 기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KVIC과 창진원, 중기연구원 모두 현재 임추위 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절차가 3개월 이상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중기부 장관 취임 이후 반년 넘게 주요 산하 공공기관들이 '조타수' 없이 배를 끌어가는 셈이다.
현재 공석인 기관들 대부분은 1조원 규모 모태펀드와 더불어 창업 활성화, 창업 생태계 조성이란 핵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중기연 역시 중소·벤처기업 발전을 위한 씽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기관들의 수장 공백 장기화는 우리 중소기업 체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 조타수 없는 배는 목적지를 잃고 자칫 난파할 수 있다. 우리 중소·벤처기업을 든든히 지탱하는 핵심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관장 선임에 속도를 내야 한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
박윤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