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기차로 돌진한 테슬라 자율주행…운전대 꺾어 '구사일생'

지난 8일(현지시간) 테슬라 주행 보조 시스템 FSD를 켜고 운전하던 중 기차를 인식하지 못해 사고가 난 차량. 사진=크레이그 도티 2세/NBC 뉴스 캡처
지난 8일(현지시간) 테슬라 주행 보조 시스템 FSD를 켜고 운전하던 중 기차를 인식하지 못해 사고가 난 차량. 사진=크레이그 도티 2세/NBC 뉴스 캡처

미국에서 한 테슬라 차주가 주행 보조 시스템 'FSD'(Full-Self Driving)를 켜고 주행하다 달리는 열차와 충돌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상 속 운전자 크레이그 도티 2세는 최근 미국 NBC 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내가 책임을 지고 있지만,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자체나, 적어도 내 차량에 탑재된 시스템에 결함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고는 이달 8일(현지시간) 아침에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발생했다. 테슬라 충돌 보고서에 따르면 도티는 이날 도로 제한 속도인 시속 55마일(약 88km)을 넘긴 시속 60마일(약 96km)로 주행 중이었다.

지난 8일(현지시간) 테슬라 주행 보조 시스템 FSD를 켜고 운전하던 중 기차를 인식하지 못해 사고가 난 차량. 사진=크레이그 도티 2세/데일리 메일 캡처
지난 8일(현지시간) 테슬라 주행 보조 시스템 FSD를 켜고 운전하던 중 기차를 인식하지 못해 사고가 난 차량. 사진=크레이그 도티 2세/데일리 메일 캡처

영상을 보면 안개가 자욱한 도로를 달리던 차량은 앞 쪽에 기차가 빠르게 달려가고 있음에도 철도 건널목 쪽으로 계속해서 달려갔다. 기차와 충돌하기 직전, 운전자가 핸들을 꺾고 오른쪽 차단기에 부딪힌 후 운행이 멈췄다.

다행히 도티는 약간의 타박상만을 입었을 뿐 무사했지만, 차량의 전면부 오른쪽이 크게 파손됐으며 오른쪽 바퀴가 꺾이는 피해를 입었다.

비록 안개가 낀 상황이었지만 사고 5초 전부터 블랙박스에는 열차가 지나고 있다는 뜻의 빨간불이 선명하게 깜빡이고 있는 모습이 촬영됐다.

도티는 “열차에 (차량이) 접근할 때, 수동으로 차량을 조작해 열차를 피했다”면서 “점멸하는 불빛을 못 볼 리가 없다고, 기차가 보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안개가 끼었지만 여전히 불빛이 보였다”고 FSD 시스템이 반응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내가 차 안에 있던 유일한 사람이니 사고는 당연히 내 잘못이지만, 그 망할 차가 기차를 인식하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그는 차단기 파손으로 175달러의 벌금을 내기도 했다.

또한 그는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급커브 후 철도 건널목 가까이에 다가가자 차량의 FSD가 선로를 인식하지 못해서 거의 충돌할 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시불 8000달러, 혹은 월 99달러를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는 테슬라의 FSD는 '완전 자율 주행'(Full-Self Driving)의 약자지만 '완전' 자율 주행 시스템은 아닌 '부분' 자율 주행이다. 운전자의 상시 개입이 필요한 것이다.

테슬라 또한 시스템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특히 비, 눈, 직사광선 및 안개 같은 기상 조건 하에서는 FSD 시스템의 성능이 현저히 저하될 수 있으니, 이런 날씨에는 FSD 시스템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 같은 날씨에서는 초음파 센서 등이 작동을 방해받아 주변 상황을 정확하게 감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