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최근 22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회 배치 결과를 발표했다. 원 구성 협상이 아직 종료되지 않아 각 상임위원장을 맡을 3선의 배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초선과 재선, 4선 이상 등의 배치는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다.
상임위 배치는 각 정당의 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상임위 배치에 따른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민주당의 핵심 상임위는 단연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다.
법사위에는 비문(비 문재인)계로 시작해 국민의당 분당과 함께 당을 떠났다가 문재인 정부 국정원장을 거쳐 국회 재입성에 성공한 박지원 의원(5선), 현재 민주당 지도부인 서영교·정청래 의원(이상 4선) 등이 배치됐다. 세 명의 선수만 합해도 무려 13선이다.
이는 민주당이 국민의힘과의 각종 힘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여야의 정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법사위에서 당내 의견을 거침없이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
안건조정위원회(안조위)도 또 다른 이유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 안조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6명으로 구성하되 제1교섭단체와 다른 교섭단체의 조정위원, 비교섭단체 의원 등을 동수로 구성한다. 이때 안조위원장은 선수가 높거나 나이가 가장 많은 의원들이 주로 맡아왔다. 결국 안조위에서도 제1야당인 민주당이 사실상 유리한 구도가 되는 셈이다.
22대 국회에 나란히 재입성한 정동영 의원(5선)과 추미애 의원(6선)이 각각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와 운영위에 배치된 이유 역시 비슷하다. 과방위는 방송 지배구조 개혁을,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두고 여야가 다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아직 상임위 배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러한 민주당의 의도를 일찌감치 파악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응할 여당 원내지도부의 원내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