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과학기술 예산 확보를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카드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양자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12대 국가전략기술에 해당하는 양자 기술을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타 면제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다. 실제 과기정통부는 양자 예타 면제카드를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 사업을 예타 면제 추진 후보 대상으로 검토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3월 양자 예타를 신청했다. 양자산업 태동기 기술추격을 목적으로 하는 '도전혁신형' 사업으로 △양자통신 △양자센서△양자컴퓨터 기술을 개발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양자 예타 심사는 1년 3개월간 답보상태다. 예타 결과 발표는 지난해말로 예정했다가 올해 1·2·3분기까지 3차례나 미뤄졌다. 과기정통부는 2025년부터 2032년까지 총 9960억원 규모 예산을 과학기술혁신본부에 신청했지만, 심사과정에서 최근 3000억원대로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생 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과 재정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R&D 예산 적정성을 심사하는 예타에 대해 지나치게 시간이 많이 걸리자, 과기정통부는 양자기술의 시급성을 고려해 예타 면제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재정법(제38조 2항 10호)에 따르면 지역 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에 대한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 사업목적 및 규모, 추진방안 등 구체적 사업계획이 수립되고,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해 국무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
양자 기술 분야는 이같은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 판단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2023 양자정보기술 백서'에 따르면 미국은 국가 양자이니셔티브법을 통해 2019년~2023년까지 최대 12억달러 예산을 투입했다. 중국은 양자정보과학국가연구소 사업 예산을 2018년~2022년까지 1000억 위안을 투자했다. 유럽연합(EU)은 양자 플래그십 예산을 통해 2018년부터 2027년까지 10억 유로를 투자한다.
이같은 투자 경쟁은 양자기술이 새로운 미래 거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인드커머스에 따르면 글로벌 양자 시장은 2023년 5조209억원에서 2030년 24조 7368억원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양자 기본법을 통과시켜 제도기반을 조성하고도 본격적인 투자 경쟁에 뛰어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예타 폐지 등을 골자로한 R&D 예산 혁신을 추진 중이지만, 국가재정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 통과를 기다려야 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양자기술 전쟁에 대응하려면 국가 정책적으로 판단해 양자를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 시킬 수 있다는 여론이다. 윤석열 정부는 양자를 12대 전략기술로 선정하고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전략을 발표하는 등 충분한 전략과 계획이 수립된 상태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교수(양자융합포럼 의장)는 “양자는 12대 국가전략기술에 포함되는 사업”이라며 “정부가 예타를 추진하던 사업은 양자컴퓨터와 암호통신, 센싱 등 임무지향적으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중심”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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