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상당수 식당에선 이미 삼겹살 1인분이 2만원을 훌쩍 넘었다. 서민 물가가 비상이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7%를 기록해 전월(2.9%)에 이어 2%대를 기록했다. 하향 추세다. 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식탁물가는 여전히 높다. 일반 소비자가 자주 소비하는 농산물이나 외식메뉴 물가가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보여서다. 실제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에 가까운 '생활 물가 상승률'을 보면 올해 1~4월에도 3% 중후반을 기록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0.6~0.7% 포인트 가량 차이를 냈다.
생활물가지수 구성 품목이 쌀은 물론 우리가 자주 먹는 채소와 과일, 삼겹살 등 144개 생활품목과 연결된 점을 고려하면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 물가가 여전히 높음을 방증한다.
올초에도 물가 당국은 농산물 가격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 2월 신선과실 상승률은 전년대비 41.2%로 32년 5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채소류 가격도 만만치 않았는데, 채소류 물가지수는 작년 대비 12.2% 올랐다. 채소를 품목별로 살펴보면 파의 상승률이 50.1%로 특히 두드러졌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파 논란'이 불거졌다. 선거관리위원회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대파'를 가지고 투표장에 들고올수 없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물가가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최근 농산물 가격 변동은 기상변화로 인한 작황부진, 재배면적 감소, 영농인구 노령화 등과 관련이 깊다. 봄철 이상저온과 여름철 가뭄과 폭염, 호우 등 날씨로 인해 '기후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과 재배면적 감소가 겹치며 농작물의 생산량이 급감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후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여기에 농촌 인구 고령화로 일손부족에 따른 비용 상승이 농산물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구조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그렇다고 이들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스마트팜 농업이다.
최근 전남 나주에 무인 자동화 농업생산단지가 만들어졌다. 이곳에서는 노지에서도 스마트팜을 할 수 있게 첨단기술을 도입해 실증사업을 하고 스마트팜 표준모델을 만든다.
첨단 무인자동화 농업생산 시범단지는 인공지능 기술, 자율주행 농기계, 빅데이터 등 첨단 농업기술을 토대로 노지 스마트농업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제 온실은 물론 노지에서도 지능형 농법이 가동되고 실제 데이터에 기반한 무인 농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스마트팜이 당장 생활 물가를 낮추기는 어렵다. 하지만 10년후 20년후 기후위기와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정책이란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농업은 최근 수출 상승세인 점을 고려해도 산업 자체로도 중요하다.
이번 나주에 설립된 무인 자동화 농업생산단지는 농촌과 지역에 청년이 유입되고 안정적이고 계획적인 생산을 통해 농산물 가격 안정에 기여하고, 농업이 효자 수출산업이 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국회는 지역과 함께 스마트팜 농업 정책이 보다 뿌리깊게 자리잡을 수 있게 보다 촘촘한 지원 전략을 짜야 한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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