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대 유니콘으로 등극한 당근(구 당근마켓)의 초기 투자자들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2021년 1800억원 규모 최종 투자 유치 직후 외형 성장에만 집중해 온 유니콘 당근의 기업공개(IPO) 시점이 임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2016년 시리즈A를 통해 당근에 초기투자한 벤처캐피털(VC) 가운데 일부는 당시 투자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가운데 일부인 8만주 가량을 보통주로 전환했다. 투자자들이 아직 전환하지 않은 나머지 RCPS 물량도 올해 말이면 보통주 전환 만기 시점이 도래한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이번 보통주 전환을 두고 당근의 IPO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해석하고 있다. RCPS는 통상 IPO 직전에야 보통주로 전환된다. 상장을 앞둔 기업은 RCPS의 보통주 전환 과정에서 우선주와 보통주를 병행해 상장직전(프리IPO) 투자를 유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까지 아직 많은 기간이 남은 경우라면 굳이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해가며 세컨더리펀드로 구주 매각을 할 이유가 없다”면서 “펀드 만기 등의 사유로 구주 물량 일부를 상장 전 매각해 회수 차익을 얻는 것은 물론 상장 전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중으로 보통주 전환만기를 앞둔 RCPS는 2016년 투자한 시리즈A 지분으로 A종과 B종 RCPS, 90만주 가량이다. 2016년 시리즈A 당시 당근은 약 8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근이 2021년 마지막 투자에서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8년만에 375배 가량의 가치가 상승했다.
여기에 당근은 지난해 흑자 전환까지 달성했다. 추가적인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번에 보통주로 전환된 물량은 2016년 당시 투자금의 10%도 채 되지않지만, 시장의 구주 매입 수요를 점쳐보기엔 충분한 수준이라는 게 VC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두나무 등 세컨더리펀드를 막대한 회수 성과를 거둔 사례도 이미 여럿이다. 가상자산이라는 특성상 각종 규제로 인해 IPO를 통한 회수가 어려운 두나무의 사례와 달리 당근의 경우 상장에 큰 걸림돌이 없는 상황이다. 투자업계에서 당근의 IPO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이유다.
당근에 초기투자한 한 VC는 “현재까지 IPO 등 회수 전략과 관련해 아직 뚜렷하게 정해진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흑자를 달성한 만큼 이미 당근에 투자한 회사는 물론 다른 VC까지도 프리IPO 등 다음 행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당근 관계자는 “올해는 서비스에 대한 투자 및 글로벌 사업 확장을 목표로 잡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IPO를 논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