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ETNO)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와 협력해 정책 결정자들에게 빅테크(구글·넷플릭스·메타 등)와 통신사간 공정한 상업적 협상을 보장하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계약을 기반으로 한 상업 거래가 교착될 경우에 대비한 중재 장치 도입이 시급합니다.”
알레산드로 그로펠리 ETNO 총괄국장은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빅테크를 대신해 사용자에게 데이터 트래픽을 전달하는 것은 통신서비스이며, 다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보상을 받는 것이 공정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ETNO는 도이치텔레콤, 텔리포니카, 오랑쥬 등 40개 유럽통신사와 제조사를 회원으로 구성된 협회다. ETNO에서는 최근 가장 주목할만한 중요한 사건으로 독일법원에서 진행된 도이치텔레콤의 메타에 대한 망이용대가 소송 1심 승소를 꼽았다. 메타는 도이치텔레콤에게 2021년 3월부터 망 이용대가 40% 인하를 요구하며 지불을 거부했고, 도이치텔레콤은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독일 쾰른 법원은 지난달 메타에 그동안 무상으로 사용한 망의 가치 2100만 유로(한화 약 310억원)를 도이치텔레콤에 지불하라고 판시했다.
그로펠리 총괄 국장은 “독일 법원 결정은 세 가지 명백한 진실을 전달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판결의 3대 의미를 △이용자에게 데이터트래픽을 전달하는 것은 통신 서비스이며, 유상의 가치가 있다는 사실 △빅테크가 서비스 가격과 조건을 설정하는 계약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 △빅테크의 시장 권력은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통신사의 힘과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통신사가 빅테크보다 우위에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점을 제시했다.
사건 전망과 관련해 그로펠리 총괄국장은 “기업 결정에 따라야 겠지만, 이번 사건은 독일 지역 법원과 연방법원을 거쳐 유럽사법재판소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건 초기 판결에서 확립된 원칙이 유럽 시장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는 데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ETNO는 빅테크와 통신사간 분쟁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중재장치' 도입을 제안했다. 그레폴리 총괄국장은 “상업적 거래가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중재자가 이를 해결하도록 도와야 한다”며 “중재 시스템은 막대한 시장 권력을 지닌 글로벌 빅테크 관련 거래에만 적용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스타트업, 중소기업, 지역 공영 방송사 등과 관련된 사업은 관련 규제에서 제외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ETNO의 이같은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EC가 발간한 '디지털 인프라의 미래' 백서는 독일에서처럼 통신사와 빅테크 간 상업적 협상이 실패할 경우 분쟁 해결 메커니즘 도입을 중요한 옵션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는 “EC는 조만간 새로운 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라며 “올해말 또는 내년초 정책방향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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