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한 직업학교 학생이 내로라하는 수학 전공자들도 어려워하는 수학대회에서 당당히 결선에 진출해 화제다.
14일 인민일보 등 중국 현지매체에 따르면, 지난 13일 정보기술(AI) 기업 알리바바가 개최한 글로벌 수학경시대회 예선에서 중국 동부 장쑤성 롄수이중등직업전문학교(中專)에 다니는 여학생 장핑(姜萍·17)이 93점을 받아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 진출자 801명 가운데 12위를 차지한 장핑은 유일한 10대 소녀이며, 유일한 직업학교 학생이다.
중국에서는 고등학교 입시 점수가 좋지 않으면 직업학교에 들어간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그가 차지한 점수에 눈길이 쏠렸다.
특히 결선 진출자들 중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하버드대·예일대, 중국 베이징·칭화대 등 전 세계 명문대생들이 즐비하다는 점이 장핑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장핑은 중학교 시절 수학 실력은 출중한 반면 나머지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다. 직업학교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장핑이 다니는 패션 디자인과는 중국어, 수학, 의류전문 과정만 수강하면 되기 때문에 그가 좋아하는 수학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
그의 수학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 것은 교사 왕룬추(王闰秋)다. 장쑤대학교 출신으로 수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왕룬추는 수학 시험에서 장핑이 140점(만점 150점)을 기록하자 그를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2등인 학생은 60점도 채 맞지 못한 어려운 시험이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시절 가이드가 있었다면 자신의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후회가 있었다”는 왕룬추는 장핑에게 고급 수학을 독학할 것을 추천했다. 이에 장핑은 왕룬추로부터 추천받은 수학 문제집으로 자기 계발을 이어갔고 수학 경시대회에 참가해 높은 점수를 받게 됐다.
같은 대회에 왕룬추 역시 참가했다. 왕룬추는 3년 연속 도전했고 이번 대회에서 125위라는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제자인 장핑이 12위로 뛰어넘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결선 진출자인 싱가포르 고교 수학교사 옌쥔은 “예선 문제는 총점 120점, 결선 진출 점수선은 45점이었는데 45점도 결코 간단치 않다”며 “나는 대학 학부와 대학원에서 내내 수학을 공부했는데, 내가 가장 정점의 상태라 하더라도 (장핑이 받은) 93점에는 절대 이를 수 없다. 천부적 재능”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날 대회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참가자들도 있었다. 여러 각국 대학과 기업 563팀이 이번 대회에 참가했으나 한 팀도 결선에 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핑의 이야기를 접한 네티즌들은 “영화 '굿 윌 헌팅'이 현실로 나왔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 “직업학교 진학이 장핑의 재능을 꽃피웠다”, “자유롭게 두는 것이 천재를 위한 일” 같은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부 네티즌들은 10대 소녀가 명문대생, 수학 박사, AI를 모두 꺾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심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알리바바는 장핑에게 증명 문제를 내고 이를 막힘없이 푸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의 진위성을 둘러싼 논란 역시 이어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알리바바가 자체 대회의 평판이 망가지는 것을 두고 볼 리 없다”는 반박도 이어졌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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