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기조와 맞물려 중저가 스마트폰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M·A 시리즈 제품군을 넓히면서 이동통신 3사도 전용폰을 잇달아 내놨다.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고가 단말이 통신비 부담을 높인다는 지적에 대응하는 취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달 내 갤럭시 와이드7을 선보인다. 갤럭시 와이드7은 삼성전자 저가 모델인 갤럭시M15 기반의 SKT 전용폰이다. 6.5인치 풀HD+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와이드 모델 출시는 2022년 와이드6 출시 이후 2년만이다. 가격은 30만원 초반대다.
SKT는 하반기에도 전용 모델 갤럭시 퀀텀5를 출시 예정이다. 퀀텀5는 갤럭시A55 기반 제품으로 양자기술로 보안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가격은 전작과 비슷한 60만원대로 예상된다.
이통3사 모두 전용폰 판매를 늘리고 있다. 지난 4월에는 LG유플러스가 갤럭시A15 5G 모델 기반으로 전용폰 버디3를 출시했고, KT 역시 모토로라 엣지40 네오를 전용폰으로 내놨다. KT가 외산폰을 전용폰으로 내놓은 것은 2017년 화웨이 비와이폰2 이후 처음이다.
앞서 샤오미가 상반기 레드미노트13를 국내에 선보인데 이어 하반기에는 포코X6프로 출시를 준비하는 등 중국 제조사도 국내 중저가폰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신흥 시장에서 인기를 끈 중저가폰을 국내 출시해 단말 구매 부담을 완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40만원대 갤럭시A25를 시작으로 30만원대 갤럭시A15 LTE, 40만원대 갤럭시A35 등 중저가 스마트폰 3종을 잇달아 내놨다. 고가폰이 가계통신비 부담 가중 요인이라는 국정감사 지적에 따랐다.
국회에서도 가계통신비 경감을 위해 단말기 가격을 낮춰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요금 인하뿐 아니라 단말 구매 비용을 낮춰야 실질적 통신비 인하 효과가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 이후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단말기 가격 부담을 낮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단말기 자급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통사의 단말 유통·판매 권한을 없애고 단말 가격 인하에 대한 책임을 제조사에 지우는 방식으로 시장을 분리한다. 이통사는 통신서비스에만 집중해야 하도록 하고, 제조사는 단말 제조·공급을 맡는 과정에서 단말 유통망 끼리 경쟁을 촉진해 단말가격을 낮추겠다는 방향이다.
안정상 중앙대 겸임교수는 “마케팅·지원금 연계로 고착화된 고가 단말 중심의 제조사·이통사간 담합구조를 허물어야 단말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며 절충형 완전자급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22대 국회에서 단통법 폐지 기조를 이어간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단통법 폐지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은 이동통신지원금 공시제도를 폐지, 기존 통신 유통망의 자유로운 단말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의 법안을 추진 중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