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 인공지능(AI) 대표 상장사들이 올해 들어 연이어 주가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전체 주식시장에서 눈부신 주가 상승률을 자랑했지만 의정 갈등 등 외부 변수가 발목을 잡았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주가 상승율 톱 50위권에 △제이엘케이(3위) △뷰노(4위) △루닛(8위) 등이 포함됐지만 21일 기준 대다수 기업의 주가가 고점 대비 반토막 났다.
지난해 의료AI 중 가장 높은 상승율을 보인 제이엘케이는 올해 1월 2일 종가 2만650원으로 시작해 이달 21일 종가기준 1만2350원으로 40.1%포인트(P) 감소했다. 제이엘케이는 연초 뇌졸중 유형 분류 솔루션 'JBS-01K'의 비급여 임시등재 수가를 1만8100원으로 확정하면서 처음 기대했던 5만4300원대비 대폭 하락해 매출 타격이 생겼다. 이는 1분기 실적에 반영됐는데 영업손실 3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억원보다 200% 증가했다.
뷰노는 1월 2일 4만100원에서 이달 21일 2만4850원의 종가를 기록해 38%P 감소했다. 뷰노의 1분기 영업손실은 34억원이다. 다만 매출 55억40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17억7000만원에서 약 3배 이상 늘어난 성과를 보였다. 뷰노메드 딥카스를 도입한 병원 수 지난해 60개에서 올해 89개 병원, 3만5000곳 이상의 병상에서 사용 중이다. 문제는 의정갈등이 병원 환자 감소로 이어지며 의료현장 사용 활용이 떨어지는 점이다. 뷰노는 연말까지 딥카스를 150개 병원까지 확대할 예정이지만, 외부 변수가 개선되기 전까지는 어려울 수 있다.
루닛은 1월 2일 7만9400원에서 이달 21일 4만6300원으로 반년만에 주가가 41.6%P 하락했다. 루닛은 1분기 매출이 51억40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9억7000만원보다 약 53.1%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가던트헬스에 솔루션을 제공한 마일스톤이 반영된 기저효과로 해석된다. 영업손실은 지난해 1분기 239억원에서 전년동기대비 128억원으로 46.4% 줄였다.
이처럼 올해 주가 부진으로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미국 시장 진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나섰다. AI 심정지 예측 솔루션의 경우 국내 총 잠재 시장 규모(TAM)는 약 3000억원이지만, 미국은 한국의 13~15배인 4조~5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의료 AI 기업들은 높은 수가와 큰 시장 규모 때문에 미국 진출을 서두르는 것이다.
제이엘케이는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자사 AI 솔루션 JLK-LVO의 인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JLK-LVO는 혈관조영 CT 이미지로 대혈관 폐색을 신속하게 검출하는 AI 기반 솔루션이다. AI 솔루션 보험수가가 국내보다 수십 배 이상 높은 점에 착안해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FDA 최종 승인이 나면 퀀텀 점프 수준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뷰노도 올해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미국 법인의 30억원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등 투자에 나섰다. 뷰노메드 딥브레인은 지난해 4분기 FDA 인증(510k Clearance)을 획득하고 올해 7월 미국에서 공식 론칭을 앞뒀다. AI 기반 심정지 발생 위험 감시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카스도 올해 인허가 획득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영업망을 구축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루닛은 미국 내 2000개 유방암 검진기관에 유방암 검진 관련 솔루션을 제공 중인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 인수를 지난달 마무리했다. 이로써 미국 시장 진출에 가속도를 낸다. 루닛은 볼파라 고객을 대상으로 유방암 검진 AI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 MMG와 루닛 인사이트 DBT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의료AI 솔루션은 현재 개원가보다 대학병원 위주로 사용하는데 의정갈등으로 인한 병원경영 어려움과 환자감소로 매출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또 실적이 나오는 기업들이 아니다 보니 내러티브에 따라 흘러가는 측면이 많은데, AI 수급은 엔비디아와 반도체쪽으로 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