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급감으로 나라 곳간에 비상등이 켜진 지 오래다.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총 1126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4%로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9년에는 6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그 이유는 세수는 줄고 있는데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써야 할 돈이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세금 등 국민 부담으로 갚아야 하는 채무도 덩달아 늘고 있다.
정부가 꺼내든 것이 '지출 구조조정' 등 고강도 긴축 재정이다. 각 부처별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정부 정책 의지에 따라 재량껏 편성하는 '재량지출 증가율'을 연평균 2% 수준에서 '0'으로 맞추겠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되면 각 부처에서 신규 예산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예산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찾아내 최대한 줄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올해보다 연구개발(R&D)비를 더 삭감하고 기업지원 사업을 더 줄이겠다는 얘기다.
이 같은 소식에 기업지원을 담당하는 지역 기관 간부는 벌써부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신규 국비사업은 중앙 정부가 축소하고, 지방비가 부족해 기업지원사업은 제안조차 힘들어진 상황에서 내년에는 더 참담한 모습이 불 보듯 뻔하다는 하소연이다.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절벽으로 비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줄이고 필요한 곳에는 제대로 써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정부 방침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R&D와 기업 지원 예산을 마구 삭감해선 안 된다. 인공지능(AI)·미래차·에너지·의료바이오 등 미래성장산업에는 계속 투자해야 한다. 때를 놓치면 경쟁국과 첨단 산업 기술격차는 더욱 커진다. 국가 백년대계를 감안한 내년 예산안을 기대해 본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