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8세 여아를 끔찍하게 살해한 10대 소년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면서 미성년 흉악범죄자에 대한 사형 집행을 요구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중국어 뉴스에 따르면, 이날 중국 간쑤성 룽시현 법원에서는 2년 전 궁모양(당시 8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10대 소년 샤오랑(가명 · 당시 13세)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샤오랑은 지난 2022년 9월, 간쑤성의 한 작은 마을에서 궁모양을 불러낸 뒤 미리 준비해 둔 흉기로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공소장에 따르면 샤오랑은 '어머니의 훈육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아 생긴 여성에 대한 증오심'이 범행 동기라고 진술했다. 이에 어머니 천모씨는 아들이 학교 폭력을 당했으며, 아들에 대한 체벌 혐의를 인정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2021년 3월부터 고의살인, 고의상해 등 일부 범죄에 대한 촉법소년 나이가 만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형법 개정안이 적용됐다.
범행 당시 만 13세였던 샤오랑은 촉법소년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지 검찰은 1년 여가 지난 이후에도 샤오랑을 기소하지 않았고, 그 사이 여러 10대 흉악 범죄가 수 차례 발생하면서 촉법소년이라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올해 1월에는 중국 중부 지역에서 4세 여아를 거름 탱크로 밀어 넣어 살해한 소년이 12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기소가 취하됐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중부 한단시에서 13세 소년 3명이 동급생을 살해하고 매장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살인, 매장과 관련한 10대 흉악범죄에 대한 주제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한단시 살인 매장 사건은 단 하루 만에 10억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법학자와 네티즌들은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으며, 일부는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촉법 소년이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이유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주장도 나왔다. 3000만 팔로워를 보유한 한 형법 전문 교수는 “미성년자를 처벌받지 않게 하는 것은 '도덕적 상대주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무관용 처벌을 주장하는 대중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지난달 최고인민법원은 보호자에게 자녀의 범행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지침과 함께 12~13세 청소년 범죄 4건에 징역 10~1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8세 소녀를 살해한 샤오랑의 첫 재판이 열리면서 실제 형량이 어떻게 정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사형 선고는 불가능하지만 무관용 처벌에 대한 여론이 지배적이고, 실제로 중형이 내려진 사례가 나오고 있으며, 샤오랑이 죄를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다는 유가족의 주장 등을 종합해 그가 무기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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