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이 미국 뉴욕에 갔다. 개와 산책하는 월스트리트 남녀를 봤다. 문명이 퇴보를 해도 저렇게 망가질 수 있냐며 탄식한다. 왜일까. 그의 눈엔, 사람이 줄에 묶여 개에 끌려가며 똥을 치우고 있다. 주종관계가 바뀌었다. 한국에서도 흔한 풍경이다.
개는 매력으로 인간을 정복한 창의적 동물이다. 등록된 반려견은 전국에 약 350만마리가 있고 서울에만 약 60만마리다. 반려견을 태우는 '개모차'가 유모차만큼 팔린다. 반려견 산업은 2027년까지 15조원 규모를 예상한다. 개를 위한 고급 사료, 의류, 장난감 시장이 크다. 개 미용실, 병원, 호텔이 생겼다. 반려견을 동반하는 식당, 커피숍도 늘었다. 급기야 견주와 개만 태우는 전용 비행 상품이 나왔다. 기술과 결합한 '펫테크'도 인기다. 자기 개만 인식해 출입시키는 펫도어, 자동 식수 공급 장치, 개 운동량 측정기가 그것이다.
개의 발전사를 보자. 사냥꾼과 목동을 도와 짐승을 쫓고 가축을 키웠다. 고기는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도둑을 막고 쫓았다. 지금은 어떤가. 사람을 따라 아파트에 정착했다. 경비와 보안이 탄탄해 개가 집을 지킬 필요가 없다. 큰 소리로 짖다간 민원만 들어온다. 역할을 잃었는데 성공비결이 뭘까. 사람과 교감하며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사회생활은 힘들고 결혼을 미루는 시대다. 개는 공허함,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받는 삶을 위한 신경안정제가 된다. 코로나 판데믹을 계기로 더욱 인기다. 학업과 취업을 독려하는 부모 등 가족이 위로가 되지 못하면서 그 자리를 대신한다. 개와 함께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일상은 수백, 수천만 조회를 기록한다. 개 식용을 금지하는 법이 통과됐다. 개 등 동물을 '물건'에서 제외하는 민법 개정안도 나왔다. 채무자의 반려견을 강제집행에 부쳐 주인과 헤어지게 할 수 없다. 부작용도 있다. 힘들다고 개를 버려 유기견이 늘었다. 개를 번식시켜 시장에 공급하는 농장도 있다. 주인이 나오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키거나 열악한 환경에 방치한다.
고양이는 어떤가. 곡식을 축내는 쥐를 잡기 위해 가축으로 만들었다. 청결해진 지금엔 쥐 잡는 일을 하지 않는다. 털이 날리면 기관지에 좋지 않다. 개처럼 재롱을 부리지도 않는다. 인기비결은 뭘까. 고령화시대에 맞다. 개는 하루에도 몇 번 산책을 나가야 하지만 고양이는 산책을 싫어하니 그럴 필요가 없다. 혼자 있기를 좋아해 개처럼 알뜰살뜰 챙기지 않아도 된다. 마음 놓고 직장을 다녀도 되니 1인 가구에도 맞다. 키우는 비용도 덜 든다. 조만간 반려동물계에서 개를 능가할 예정이다.
그에 비해 소는 불쌍하다. 기계화로 농경에선 벗어났지만 우유, 치즈, 버터를 만들고 고기로 팔려나간다. 돼지는 어떤가. 삼겹살 등 서민층에 인기다. 소, 돼지는 몸집이 커서 반려우, 반려돈이 될 수 없다. 닭은 가장 불쌍하다. 탁 트인 자연에서 키우기도 하지만 대부분 좁은 철창에 갇혀 속성으로 길러진다. 반려계가 될 수도 없다. 달걀을 내놔야 한다. 전통의 삼계탕, 구이에 이어 '치맥'이란 이름으로 튀겨진 채 맥주와 묶여 팔리는 슬픈 운명이다. 인간이 죽어 염라대왕 앞에 간다면 닭을 괴롭힌 죄가 가장 크다.
반려동물 시장의 성공은 인간의 '연결' 욕구에서 나온다. 우리는 가정, 직장에서 진정으로 연결되길 원한다. 그런데 연결은 쉽지 않고 끊기거나 어긋나고 다시 연결돼도 상처가 스며든다. 사람이 두렵고 어렵고 싫어 전화, 회의보다 이메일, 메시지 등 비대면 소통을 선호한다. 사람에 대한 연결의 어려움을 상대적으로 편한 개, 고양이에 대한 '연결'로 해소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이 싫다고 개, 고양이만 찾을 순 없다. 창의는 연결과 교감에서 나온다. 사람에게 기회를 주자. 당신이 두려워하는 그 사람도 당신을 두려워하며 간절히 연결되길 원한다. 창의를 위한 교감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에서 첫 단추를 찾아야 한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