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다양한 문제점이 산재했지만 법·제도 개선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의 외면 탓이다.
대표적인 것이 과업변경이다. SW 사업은 건설·제조업과 다르게 사업 과정에서 과업변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과업변경에 따른 추가 대가 지급이 법적으로 의무가 아니라는 점이다.
SW 기업은 공공 사업에서 무분별한 과업변경으로 사업을 할수록 적자를 보고, 정당한 과업 지급을 위해 정부와 소송까지 치른다. 이는 공공 디지털 인프라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 수십년 전부터 반복된 일이지만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공공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축소하려는 대·중견기업 많다.
지난해 11월 행정망 사태가 일어나고 지금까지도 정부24를 비롯한 공공 서비스 중단이 반복되는 원인으로도 부실한 디지털 인프라 문제가 꼽힌다. 행정망 사태로 전국민의 관심을 받았을 때 질적 개선 논의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약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법·제도적 개선사항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SW 업계에는 '식물 과방위'가 가장 큰 장벽이다. 과기정통부는 대기업참여제한 완화 등을 담은 SW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중소·중견 SW 기업의 공공 SW 사업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도 담겨 있다.
법안을 두고 국회에서 공공 SW 생태계를 주제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국회 과방위는 지난 1월 이후 열리지 않았다. 법안은 논의조차 없이 폐기됐다.
안타깝게도 악순환의 고리를 풀어낼 열쇠는 여전히 국회 과방위에 있다. 이번 국회에서도 공공SW 산업의 법·제도 개선이 없다면 디지털 인프라의 질적 저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제2의 행정망 사태도 필연적이다.
이 경우 가장 큰 책임은 SW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아니라 법·제도 개선을 외면한 국회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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