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6개월만에 자진사퇴했다. 방송법 개정안 처리와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놓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어가는 가운데, 야당의 탄핵소추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방통위 업무 공백과 차기 리더십에 대한 혼선이 지속될 전망이다.
김 전 방통위원장은 2일 오전 대통령실에 사퇴 의사를 표명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해 이날 전격 사퇴가 이뤄졌다.
김 전 위원장은 퇴임사에서 “야당의 탄핵소추라는 작금 사태로 인해 국민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방송 통신 미디어 정책이 장기간 멈춰서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통위 2인체제 운영의 위법성 등을 지적하며 김 전 위원장 탄핵소추안 처리를 계획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과 마찬가지로, 탄핵으로 인한 직무정지를 피하기 위해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앞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선임계획을 의결했다.
여야의 극한 대립과 별개로, 방통위 조직의 혼선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당장 방통위는 이상인 부위원장 1인체제가 된다. 방통위 설치법상 1인 체제 하에서는 주요 정책에 대한 의결 자체가 불가능하다. 차기 위원장이 선임될 때까지 '식물' 상태를 지속해야 하는 것이다. 방송 이슈는 물론 구글·애플 인앱결제법 위반 조사, 플랫폼 자율규제법안 추진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현안이 산적했지만 당분간은 사실상의 업무정지 상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통령실은 방통위에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에 대응하기 위해 차기 위원장 선임을 서두를 전망이다.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현 상황을 고려하면 차기 위원장도 임기 보장이 어렵다. 정치권의 극한 대립으로 인한 위원장 사퇴 파동 속에 방통위 내부 조직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방통위를 이대로 유지하느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능 통합 등 조직개편론이 제기된다.
방송통신 관련 한 전직 관료는 “방통위와 과기정통부를 다시 합치고 방송만 분리해서 국회에 의사결정권을 넘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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