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시장 자율 침해 우려 덜어
정부가 보편요금제를 22대 국회 정부입법 대상에서 제외했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일정수준의 데이터를 저렴한 요금에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통신비 절감 취지와 별개로, 과도한 규제라는 논란이 지속됐다. 정부가 추진의사를 7년만에 철회하면서 보편요금제 동력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22대 국회에서 보편요금제를 명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전년도 평균데이터 사용량 등을 고려해 기본적인 수준의 음성·데이터와 요금수준을 결정해 시장에서 영향력이 높은 사업자(SK텔레콤)에게 의무 출시하도록 한다. 이동통신 데이터가 사실상의 필수재가 된 상황에서 모든 국민이 저렴한 가격에 일정수준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해 통신기본권을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과기정통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안을 만들어 2018년 정부입법으로 당시 20대 국회에 보편요금제를 발의했다. 과도한 시장개입 논란 속에 보편요금제는 20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정부는 21대 국회에 다시 법안을 발의했으며, 결국 회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과기정통부는 보편요금제 법안을 입법예고까지 했지만, 정부 전체 논의를 거쳐 정부입법 발의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정부 입법발의 전 필수 절차인 국무회의 안건에도 상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보편요금제가 추구했던 저가요금제가 지난 2년간 요금제 개편을 통해 어느정도 실현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업계에서 제시된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미 알뜰폰에서 0원 요금제·데이터 5GB 등 보편요금제보다 훨씬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대형 이동통신사들도 5G 요금제를 개편하면서 온라인가입기준 월 2만6000원~2만7000원에 데이터 6GB 수준을 제공한다. 요금제 선택권이 하향으로 다양화되면서 정책 실효성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보편요금제는 지난 7년간 국회에 계류되면서, 실효성보다는 정부가 시장의 통신 요금에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일종의 카드 역할을 해왔다. 정부는 이제 그마저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 철회로 시장 자율 침해에 대한 우려를 한시름 놓게 됐다. 다만, 보편요금제 취지를 살려 국회의원이 유사 법안을 발의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통사의 요금제 개편으로 인한 선택권 다양화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보편요금제를 정부입법 발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