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비자대상직접시행(DTC) 유전자검사 체계를 전면 개편, '질병유사항목'을 신설했다. 건강관리를 넘어 질병 영역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산업계 요청을 반영한 결과다. DTC 유전자검사 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7일 정부기관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DTC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위한 항목 신청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은 DTC 유전자검사 인증기관이 신청할 수 있는 검사항목 분류 체계 개편이 핵심이다. 기존 가이드라인에선 '영양, 생활습관, 신체적 특징에 따른 질병의 예방을 위한 유전자검사'라는 대분류 항목을 기준으로 업체들이 자유롭게 검사항목을 신청, 허가받도록 했다. 세부항목(중분류)으로 △영양 △생활습관 △신체적 특징 △기타 등을 제시했지만, 사실상 대분류와 같은 내용인 만큼 큰 의미는 없었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에 따라 대분류는 그대로 유지하되 중분류를 세분화·명확화했다.
중분류를 가·나·다군으로 나누고 각각 △건강관리와 관련성 낮은 항목 △건강관리와 간접적 관련성이 있는 항목 △건강관리와 관련된 질병유사 항목으로 명시했다. 가군의 경우 와인선호도, 모기 물리는 빈도, 왼손·오른손잡이 등 흥미 위주 검사 항목을 신청할 수 있다. 나군은 비타민C 농도, 짠맛 민감도 등 일반적인 건강관리에서 고려할 수 있는 항목이다.
주목할 점은 다군(건강관리와 관련된 질병유사항목) 신설이다. 의사 처방 하에 시행하는 질병 진단 외에 콜레스테롤, 혈압, 혈당, 알레르기 등 질병유사 항목은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다. 기존에도 비만, 혈당 등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한 검사항목이 다수 승인됐다. 하지만 명확한 항목 규정이 없다 보니 적극적인 서비스 발굴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번에 '질병 유사항목'이라는 분류를 명시하면서 신청 근거가 마련돼 해당 영역 유전자검사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대분류에 전제해 서비스 신청 항목을 심사했지만 신규 카테고리 신설에 따른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에 따라 산업계도 다군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시행된 DTC 유전자검사 인증제는 병원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유전자검사를 개인이 직접 기업에 의뢰해 편의성을 높이고, 유전자검사 산업을 육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수요가 가장 많은 질병 진단 영역은 제외하고 단순 흥미나 낮은 수준의 건강관리를 위한 항목만 열어줘 산업계 불만이 컸다. 소비자 지불가치가 낮은 항목만으로는 시장 활성화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산업계는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이 침체된 시장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비록 질병 진단 영역은 배제됐지만 질병유사 영역도 소비자 관심이 높은 만큼 지불가치도 높다. 또 단순 건강관리 유전자 서비스 대비 공급 단가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최대출 유전체기업협의회장(엔젠바이오 대표)은 “비만을 예로 들면 그동안 유전자의 통계적 정보 제공에 그쳤다면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질병 유사 수준까지 다각도의 분석과 검사 결과를 제공할 수 있어 사업기회가 확대된다”면서 “추후 분석결과 다양한 서비스와 결합하는 2차 활용 기회가 확대될 경우 DTC 시장이 더욱 활기를 띨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