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질병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임 이용집단을 4년간 추적관찰한 국내 연구에서는 유의미한 뇌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고, 게이머 행동유형 종단연구에서는 게임이 문제적 행동을 일으킨다는 직접적 요인이 발견되지 않았다. 해외 석학 역시 불명확한 진단 기준 속 질병코드 등재가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앤드루 쉬빌스키 옥스퍼드대 인간행동기술학 교수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에서 일부 의료계가 반복적으로 주장하는 게임 이용장애 질병론이 “틀렸다”고 과김한 어조로 비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질병분류(ICD) 등재 이후 5년이 지나는 동안 여전히 구체적인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쉬빌스키 교수는 “많은 의학자가 사회적 문제를 의학적으로 풀려는 경향을 보인다”며 “타당한 근거를 갖춘 일반적인 질병과 달리 게임이용장애는 질병으로 볼 생물학적 혹은 생화학적, 의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과몰입·게임선용 등 게임행동유형 변화 요인을 규명하기 위해 진행된 사회과학적 접근과 인터넷 게임 사용에 대한 코호트 뇌 변화 또한 두 연구에서 모두 게임 과몰입군 혹은 위험군이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선용군이나 일반사용자군으로 이동하는 인상적 결과가 도출됐다. 마약이나 도박, 알콜 등 자연적 치유를 기대하기 힘든 기존 중독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게임을 많이 하는 행위 자체는 우을증 환자나 자폐, 충동조절 환자 든 누구에게서나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며 “이 행위 자체를 진단기준으로 두는 것은 환자를 계속 보고 있는 임상의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교수가 성인집단을 대상으로 기능성 뇌자기 공명 추적 연구를 한 결과에서도 뇌활성화의 통계적 유의한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반면 경계·위험군에서 일반사용자군으로의 변화 대상에서는 ADHD 증상 완화에 따른 현상과 일치하는 경향이 발견됐다. 게임 자체가 아닌 ADHD라는 공존질환 혹은 공존 심리상태가 과몰입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게임 이용자가 가진 사회적·심리적·환경적 요인이 게임이용장애의 선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행동유형 종단연구의 주요 결과로 소개했다. 아동·청소년은 주의집중, 비-과잉행동, 부모와의 긍정적인 관계가 증가하면 과몰입위험군에 포함될 확률이 감소했다. 형제자매와 함께 게임하거나 오프라인 관계가 많을수록 과몰입위험군에 포함될 확률 또한 줄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세미나 영상 축사를 통해 “게임을 향한 부정적 시선 대다수는 게임과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그릇된 편견에 따른 오해”라며 “문체부도 게임의 긍정적 가치가 확산되도록 게임 리터러시 사업 등 다양한 정책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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