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대표 관광지 바르셀로나에서 관광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물총으로 쏘는 바람에 일부 관광객들은 때아닌 물벼락을 맞기도 했다.
8일(현지 시각) 독일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오버투어리즘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려 2800여 명의 주민들이 집결했다. 오버투어리즘은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몰려들어 관광지 주민들의 삶이 침해되는 현상을 말한다.
시위자들은 “관광객들은 집으로 돌아가라”, “너희(관광객)는 환영받지 못한다”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 일부는 인기 레스토랑의 야외 테라스에 앉아있는 관광객들을 향해 물총을 쏘기도 했다.
과잉 관광에 반대하는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마요르카 섬, 카나리아 제도, 말라가 등에서도 최근 몇 주 동안 비슷한 시위가 벌어졌다.
올해 스페인에는 910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 인구(약 4800만명)의 두 배다.
수많은 관광객만큼 연간 1250억 유로라는 관광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위자들은 과잉 관광으로 인해 환경 오염, 교통 체증, 과밀화, 물 부족, 의료 및 쓰레기 수거 시스템의 과부하 등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료 상승 역시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펼치는 이유 중 하나다.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수많은 주택들이 관광용 숙박 시설로 전환했고, 이로 인해 임대료가 치솟았다. 지난 10년 간 바르셀로나의 임대료 상승률은 68%다.
이에 시의회는 1인당 최대 4유로의 도시세를 걷고, 2028년 말부터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주거 시설 단기 임대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시위대는 이같은 조처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주민은 영국 데일리 메일에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상점들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문을 닫고 있다”고 했으며, 또 다른 주민은 “관광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르셀로나가 관광객이 너무 많아져 힘든 도시가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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