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세일즈외교에 주력했다.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 워싱턴DC에 10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7시10분께 도착한 윤 대통령은 4시간 후인 오전 11시부터 독일과 캐나다, 네덜란드, 스웨덴, 체코, 핀란드, 일본 정상과 잇따라 양자회담을 갖고 군사·경제안보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특히 체코와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정상을 만나서는 우리 원전의 우수성과 경쟁력을 강조했다.
체코는 신규 원전 4기 건설에 대한 입찰 결과가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1980년대부터 러시아 노형을 도입하여 현재 두코바니에 4기, 테물린의 2기 등 총 6기 4.2GW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늘어나는 전력 수요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을 결정하고 2022년부터 국제경쟁 입찰 절차를 진행해 왔다.
현재 우리나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 등 2개 사가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경합하고 있다. 정부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의 쾌거를 만들고자 '팀코리아'를 구성해 대응해 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현재 입찰이 진행 중이다. 이번달 내로 최종 결론이 나온다. 이르면 다음주도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양 정상은 원전을 포함해 새로운 산업에서도 협력을 넓히자는데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체코 정부가 추진 중인 신규 원전 사업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시공 능력과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체코가 추진 중인 고속철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긴밀히 협의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페트로 파벨 대통령은 “기존의 협력 분야를 넘어 디지털, 사이버, 전기차 배터리, 철도, 첨단기술 등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추가 원전 도입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는 네덜란드, 핀란드, 작년 8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2045년까지 최소 10기의 추가 원전을 도입키로 한 스웨덴 정상들을 만나서도 우리 원전의 안전성과 경쟁력 등을 강조했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네덜란드는 1기, 핀란드는 5기, 스웨덴은 6기의 원전을 현재 운영 중이며, 이들 국가들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상호 간에 원전 사업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취임 후 3년 연속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원전과 방산 세일즈에 나선 것은, 다른 산업과 달리 원전과 방산은 정부, 즉 국가나 정상 간의 신뢰나 합의에 따라 수출이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원전과 방산은 일회성 수출로 끝나지 않는다. 수년에서 수십년간 관련 사후관리가 이뤄진다. 원전 수출을 계기로 우방을 넘어 형제국으로 밀접해진 아랍에미리트(UAE)나, 최근 방산 수출 쾌거를 이룬 폴란드와의 관계를 바라보면, 답은 명확해진다. 이를테면 톱다운 형식으로 수주가 결정되는 산업군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나토 회원국들과 원전 외 반도체와 핵심광물 공급망 등에서도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윤 대통령은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스웨덴은 작년 1월 북부 키루나 지역에서 추정 100만톤 규모의 희토류 매장지가 발견되면서 핵심 광물의 새로운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었다. 양 정상은 핵심광물의 공급망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딕 스코프 신임 네덜란드 총리와는 반도체 협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우리나라와 네덜란드는 작년 12월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반도체 동맹을 결성했다. 스코프 총리는 “한국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양국 간 반도체 협력을 지속해 나가자”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